테러방지법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24일에도 이틀째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무슨 대단한 기록에라도 도전하는 듯이 의원들이 경쟁적으로 시간을 늘려가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갔다. 새누리당은 국회가 '기네스북' 도전장이냐며 명백한 의사 진행 방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단시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테러방지법안은 북의 핵·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테러 위협, 국제 테러 조직의 대륙을 넘어서는 세(勢) 확산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국가적 대(對)테러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만드는 기본법이다. 더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이 법안 내용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국가정보원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법안 및 이와 연동된 다른 법 내용을 상세히 살펴보면 이런 걱정은 대부분 국정원 불신에서 비롯된 기우(杞憂)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장이 감옥에 가겠다고 작심하지 않는 한 '테러를 저지를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아닌 일반인까지 감시 대상에 넣지는 못할 것으로 보는 게 상식이다. 이런 상식을 넘어서는 것까지 법이 담아낼 수는 없다.

물론 그동안 국정원에서 일어난 일들을 감안해볼 때 야당의 걱정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다. 국정원 숙원인 휴대폰 감청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거래 자료 열람이 가능토록 하는 내용을 떳떳하게 해당 법률을 개정하지 않고 테러방지법 부칙을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아쉬운 일이라 할 수밖에 없다. 국정원은 이 법이 국정원의 조직과 권한만 키워줄 것이라는 우려가 불식되도록 강도 높은 혁신안을 국회에 설명할 필요가 있다.

테러방지법처럼 국가 안보의 근간에 해당되는 법은 가급적 여야 합의와 국민적 동의 속에 만드는 게 원칙이다. 야당은 아무리 걱정되는 부분이 있더라도 국민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정치 염증을 키우는 필리버스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필리버스터가 아무리 합법의 테두리 내에 있다 하더라도 마치 선거운동 하듯 필리버스터를 악용하면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혐오감을 키울 뿐이다.

여당도 야당이 반대한다고 다 들어줄 수는 없는 일이겠지만 최대한의 성의를 갖고 야당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 처음 만드는 대테러 기본법이 극한적인 정치적 격돌 속에서 통과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상황을 이끌어나가는 것이 정치력이다. 지금이야말로 여야 지도부, 특히 여당 지도부가 그 정치력을 발휘할 때다.


[사설] 더민주 현역 10명 물갈이, 상습적 막말 의원은 왜 빠졌나
[사설] '세월호 교실' 방치하는 이재정 교육감 어쩌자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