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의 북쪽 산동면과 해평면 일대는 요즘 땅을 고르고, 상하수도를 설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한때 야산과 논밭이었던 이곳은 내년 말이면 탄소섬유와 전자의료기기, 광학기기 등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들어서는 산업단지로 바뀐다.

구미는 공단의 도시이다. 1973년 1022만㎡의 구미 국가산업단지 1단지가 들어섰고, 2010년에는 4단지가 완공됐다. 지금은 산동·해평면 일대를 중심으로 5단지(934만㎡) 조성 공사가 한창이다.

하이테크밸리로 불리는 5단지는 구미시에 각별한 의미가 있다. 전자·섬유 등 전통 업종이 중심이었던 구미를 첨단 산업 도시로 바꿔놓을 기업들이 대거 들어설 곳이기 때문이다. 66만㎡ 규모의 탄소 특화단지와 외국인 투자 지역이 이 하이테크밸리 안에 조성된다. 일본 도레이사를 비롯해 파워카본테크놀로지·엘링크링거·ZF렘페더샤시 등 21개사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또 신재생 에너지, 3D프린팅, 국방, 광학기기 업종 기업들도 추가로 입주할 계획이다.

◇잇따르는 조(兆) 단위 투자

구미시는 작년 7월 LG디스플레이와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플렉서블LED(유기발광다이오드) 생산 라인 구축을 위해 구미시에 2017년까지 1조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플렉서블 LED는 구부러지고 휘어지는 성질이 있어 다양한 용도에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이다. 올 1월에는 LG전자도 구미에 2018년까지 5272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 관련 신규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두 투자액을 합하면 구미시의 올해 예산 1조1000억원을 훨씬 넘는다.

LG전자 구미 공장은 자체 생산한 태양광발전용 패널을 옥상에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는 태양광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으며, 2018년 상반기까지 구미사업장에 5272억원을 투자해 태양광 생산 라인을 기존 8개에서 14개로 늘릴 계획이다. 또 2020년까지는 가정집 1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연간 전력 소비량에 해당하는 3GW(기가와트)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 도레이사도 2014년 5단지에 1조6000억원 규모의 탄소섬유 공장을 신축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 공장은 올 4월 신축 공사에 들어간다.

구미는 1970년대부터 전통적인 섬유·전자산업의 강자였다. 구미시에 있는 국가산업단지는 3760만㎡로 내륙 최대다. 삼성, LG 등 글로벌 기업을 비롯한 300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근로자 11만여명이 생산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작년에는 생산 49조원, 수출 273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경북 지역 전체의 65% 정도를 차지한다.

◇전통 산업에서 첨단 산업으로 변신

[[키워드 정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란? ]

[첨단소재의 도시로 변신중인 구미시]

하지만 구미 역시 산업 구조 변화라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섬유는 한때 구미 생산의 30%까지 차지했으나 지금은 그 비중이 5%대로 급락했다. 수출도 해마다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다. 구미는 전통 산업이 빠져나가는 자리를 첨단 소재 산업으로 메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최근 디스플레이·태양광·탄소섬유 등을 중심으로 굵직굵직한 투자 유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구미에 이런 변화는 낯설지가 않다. 구미는 10년 단위로 주력 산업이 바뀌어 왔다. 1970~80년대엔 섬유와 전자업종이 대세였다면 1990년대는 전자·가전이 주력이었다. 2000년대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2010년대는 차세대 ICT(정보통신기술), 탄소섬유, 의료기기, 자동차 부품, 광학 등 첨단 업종이 새로 부상하고 있다.

◇입주 기업·근로자 수 해마다 증가

전자 기업 중심인 구미 중소기업들도 의료기기 업체나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 기업 등으로 업종 전환을 하고 있다. 2011년 1개사에 불과했던 의료기기 업체는 2014년 30개 업체로 늘어났다. 200여곳에 이르는 자동차 부품 기업들도 첨단 기술을 도입해 '하이테크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구미시 김홍태 투자통상과장은 "경쟁력이 뒤떨어진 전통 섬유업종이나 대기업 하도급 전자업체들이 첨단 업종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 구조 재편 중에도 구미 경제는 활력을 유지하고 있다. 구미 산단 입주 기업은 2012년 2721개에서 2013년 2993개, 2014년 3113개, 2015년에는 3169개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근로자 수도 2006년 9만3960명에서 작년엔 11만1060명으로 늘었다. 남유진 구미시장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구미공단 재창조를 위한 대규모 기반 조성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고 있고, 지역 산업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사업들이 착실히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