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 로고의 진화, 위쪽부터 1971년 캐럴라인 데이비슨이 디자인한 로고, 1978년 개선된 로고, 1995년 도입된 현행 로고.

회사 로고를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나? 스타트업 창업자의 한결같은 고민이다. 나이키처럼 세계 굴지의 기업도 스타트업 시절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1971년 오리건주립대학교 육상코치 빌 보어먼과 회계학을 전공하던 육상선수 필 나이트는 공동으로 나이키를 설립했다. 그들은 로고 디자인을 고심하던 끝에 같은 대학 그래픽디자인 전공 학생인 캐럴라인 데이비슨에게 맡겼다. 데이비슨은 나이키의 어원인 '승리의 여신'을 상징하는 'V'를 날렵한 외곽선으로 다듬고 그 위에 필기체로 쓴 'Nike'를 겹친 디자인을 완성했다. 부메랑같이 스피디한 형태 덕분에 '휙' 소리를 의미하는 스우시(swoosh)라는 별명을 얻은 로고는 미국 특허청에 등록됐다.

데이비슨이 나이키에 청구한 디자인료는 단돈 35달러였다. 나이트 사장은 "맘에 꼭 들지는 않지만, 점점 좋아질 것 같다"며 청구된 금액을 지불했다. 점차 나이키가 승승장구하여 세계 최고의 운동화 브랜드로 성장하니, 아무리 대학생 작품이지만 디자인료가 너무 낮았던 게 아니냐는 뒷이야기가 돌았다. 정작 데이비슨의 생각은 달랐다. 디자인하려고 17.5시간 일했고, 시간당 요금이 2달러였으니 35달러가 적정했다는 것이다.

1983년 9월 나이트 회장은 고위 임원들과 함께 데이비슨을 오찬에 초대했다.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스우시 형태의 금반지와 나이키 주식 500주를 깜짝 선물로 데이비슨에게 줬다. 당시 주당 가치가 150달러였으니 총액이 7만5000달러에 달했다. 요즘 가치로 환산하면 64만달러(약 7억6000만원)라는 거액이다. 성공을 도운 사람과 성과를 나눌 줄 아는 사업가 정신이 돋보인다. 처음에는 다소 어설펐지만 몇 차례 진화 끝에 오늘날 가장 세련되고 널리 알려진 로고 중 하나가 되었다.

▲20일자 A31면 '정경원의 디자인노트―단돈 35달러 나이키 로고'에서 육상 코치 빌 보어먼의 소속은 포틀랜드주립대가 아니라 오리건주립대이므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