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빈스킨(왼쪽) 호주 합참의장과 팡펑후이 중국군 총참모장은 작년 11월 호주 수도 캔버라에서 회담을 열고, 양국 군사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요즘 세계 방산(防産)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누가 호주의 신형 장갑차 도입 사업을 따내느냐다. 12조원 규모인 이 사업을 놓고 제너럴다이내믹스(미국), BAE시스템스(영국), 라인메탈(독일) 등 내로라하는 무기업체들이 불꽃 튀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기에 대규모 무기 도입을 추진하는 호주가 놀랍다"고 했다.

호주는 해외에서 첨단 무기를 대량 수입하는 등 국방력을 키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발언권을 높이려 하고 있다.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서방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고, 최근에는 IS를 겨냥해 시리아를 공습하면서 군사 강국으로서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호주는 향후 무기 도입에만 모두 1930억달러(235조원)를 쏟아부을 계획을 세웠다. 미국에서 대당 가격이 수백억원대를 넘는 F―35 스텔스 전투기, C―17A 수송기 등을 도입한다. 일본에서는 최신형 잠수함을 들여오기로 했다. 안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호주는 지난해 세계 6위의 무기 수입국이었다. 국방비 지출 규모가 2000년 세계 19위였지만 2014년에는 13위까지 올라섰다. 국민 1인당 국방비(2014년 기준)가 중국의 9.9배, 일본의 2.5배, 러시아의 1.9배에 달할 정도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어떤 나라?]

군사력을 키우는 이유에 대해 호주 정부는 "아·태 지역의 불안한 안보 상황에 대비하고 중동 지역으로부터 호주를 지키기 위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국방력 증강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편다. 외교 무대에서도 호주는 아·태 주요 국가들과 밀월 관계를 공고히 하며 존재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호주는 서쪽으로 인도양, 동쪽으로 태평양을 끼고 있는 데다, 북쪽으로는 동남아와 접하고 있다. 게다가 1인당 GDP 5만달러가 넘는 부유한 나라다. 이런 까닭에 아·태지역 국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호주와 손잡기 위해 애쓴다.

2014년 일본이 전후(戰後) 유지해온 '무기수출 금지원칙' 폐기를 선언한 이후 첫 무기 수출국이 바로 호주였다(잠수함 기술 제공). 지난해에는 미국·호주가 2년마다 실시하는 해상 군사훈련인 '탈리스만 세이버'에 처음으로 일본을 합류시켜 3개국 공동 훈련을 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는 "미·일·호 동맹은 아·태지역에서 가장 발전된 삼각 안보 관계"라고 했다. 인도는 작년 10월 처음으로 호주와 인도양에서 해상 합동 훈련을 했다.

중국도 호주에 러브콜을 보낸다. 지정학적으로 호주를 적대시하면 미·일이 주도하는 고립 작전에 말려들 수 있는데다 호주산 원자재를 계속 수입해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석 달 전 양국 최고위급 장성인 마크 빈스킨 호주 함참의장과 팡펑후이(房峰輝) 중국군 총참모장이 만나 합동 훈련을 하고 인사 교류를 하자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최근 원자재 수입을 축소하고 있지만 유독 호주로부터의 광물 수입은 줄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자원 부국들이 신음하고 있지만 호주는 중국 덕분에 타격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호주가 아직까지는 군사적 자산인 미국과 경제적 자산인 중국을 모두 우방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며 "어느 순간에는 미·중 사이에서 한 나라를 선택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