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1954~2013·사진)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상징이다. 그는 1999년 집권하자마자 석유산업을 국유화해 자금을 확보하고 이 돈으로 '그랑 미션'이라 불리는 대대적인 포퓰리즘 정책을 폈다. 극빈층에게는 무상으로, 서민층에게는 초저가로 임대주택 300만 채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무상교육·무상의료 정책을 시행했고, 은퇴연금, 장애연금, 과부연금(survivor's pension) 등 다양한 연금제도를 만들었다. 연금 수혜자에게 연말 보너스까지 제공했다.

1000개 이상의 민간 기업을 국유화했고 기업 소유 부동산을 몰수해 임대주택을 짓는 데 사용했다. 카라카스 시내 중심가에 백화점 허가를 내줬다가 95% 정도 건설됐을 때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며 몰수하는 등 다양한 반(反)기업적 행태를 보였다. 대외적으로는 쿠바·아르헨티나 등 30여 개국의 좌파 정권을 지원하면서 남미의 반미(反美) 벨트를 형성해 이끌었다.

쿠데타에 실패해 옥살이를 한 후 대선에서 당선되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그는 2009년 대통령 연임 제한을 철폐하며 장기 집권의 길에 들어섰으나 2013년 3월 암 투병 끝에 사망했다. '베네수엘라 국민 대부분은 차비스타'라는 말이 있을 만큼 아직도 인기가 높다. 그러나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연말 총선에서 야당(MUD)에 의석의 3분의 2를 내주는 참패를 당했다.

우리나라의 좌파들은 한때 차베스를 본받자고 주장했다. 2006년 한 지상파 방송사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차베스를 "신자유주의에 대항해 새로운 꿈을 꾸는 이들의 대안(代案)"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