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을 끼고 있는 전통적인 철강 도시 포항이 과학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 한국 경제개발을 이끈 중부 내륙의 구미시도 전자산업 부활을 모색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대거 이전해오는 김천은 혁신도시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경북 발전을 이끌 핵심 도시들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 4일 경북 포항 포스텍의 가속기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점검하고 있다. 작년 말 완공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수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미세 물질 구조를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첨단 과학 시설이다.

영일만을 지척에 두고 있는 경북 포항 포스텍 가속기연구소에는 국내에서 가장 긴 막대 모양 건물이 있다. 작년 말 준공한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다. 폭 20~50m, 높이 3m에 길이가 1100m에 달하는 이 가속기는 올해 시험 가동을 거쳐 내년부터 정상 가동에 들어간다. 그 옆에는 1993년 완공돼 가동 중인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있다. 비용으로 따지면 3세대가 2500억원, 4세대가 4260억원이 들어갔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켜 분자나 세포, 반도체 결정 등에 투과시킨다. 전자는 장애물을 만날 때마다 방향을 바꾸면서 물질의 미세구조를 X선처럼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제3세대 방사광가속기가 태양의 1억배 밝기로 수백 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크기의 물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었다면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제3세대보다 100억배나 밝아 수 나노미터 크기의 시료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철강을 넘어 과학 도시로

국내 최고의 철강 도시로 꼽히는 포항이 과학 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포스코와 함께 성장해온 지난 40여년의 역사를 넘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포스텍의 제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과학 도시 포항의 상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시설을 가진 나라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한국이 3번째이다. 성능 면에서는 두 나라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는 첨단 과학 연구의 필수 시설로 꼽힌다. 결핵균의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 치료약을 개발하고, 반도체 결정이나 LNG 운반선용 강판 등의 미세한 결함을 밝혀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설비이다.

경북도는 지난 2일 '가속기 기반 10대 첨단 친산업 육성 전략회의'를 열고 포항 가속기 2대와 경주의 양성자가속기 등을 활용해 신약 개발, 암 치료, 첨단 신소재 개발, 특화작물 성분 분석 등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항에는 포스텍 외에도 각종 과학 연구 시설과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막스플랑크 한국·포스텍연구소, 생명공학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포항테크노파크, 한국로봇융합연구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등 무려 94개 기관이 포항에 집결해 있다.

◇로봇 집적 클러스터 조성

이런 과학 기반을 바탕으로 산업시설도 확장되고 있다. 포항시는 2019년까지 736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남구 구룡포읍과 동해·장기면 일대 611만9000㎡에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에는 철강·기계·선박부품·에너지·IT 등과 관련된 업체들이 대거 들어선다. 북구 용한리 일대에는 총 1963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수중로봇개발 복합실증센터, 극한엔지니어링 연구단지 등을 포함하는 로봇산업 집적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포항시 고원학 강소기업육성과장은 "포항은 연구기관과 산업체가 같이 있기 때문에 연구기관에서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체에서 이를 사업화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환동해 물류 거점 부상

포항은 해양관광도시와 환동해 물류 거점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포항시는 2020년까지 영일만항의 규모를 지금의 3배 수준으로 늘리는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현재 컨테이너선 4척을 포함한 6척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를 총 16척의 선박이 댈 수 있도록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2019년까지 441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최장 310m 길이의 대형 여객선이 접안할 수 있는 국제여객부두도 건설 중이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영일만항은 중국 동북3성과 극동 러시아를 잇는 북방 물류의 거점항으로 도약할 수 있게 된다.

북구 두호동에는 2018년 완공을 목표로 두호마리나 항만을 개발 중이다. 해상에 100척, 육상에 100척 등 총 200척의 요트를 계류할 수 있는 레저 시설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은 기존 철강산업의 바탕 위에 과학 도시의 기반까지 더해 우리나라 미래 강소기업의 요람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영일만을 해양관광의 메카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계획도 차곡차곡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