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기업협회가 12일 "개성공단 중단에 따른 기업 피해의 모든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우리 정부가 철수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았다는 것, 정세(情勢)와 상관없는 공단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한 2013년 남북 합의를 깼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 협회의 정기섭 회장은 이날 "공단을 통해 전달된 돈으로 핵 개발을 했다는 것은 과장"이라고 했다. 전날엔 "맹목적인 보수 쪽 사람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급작스럽게 비합리적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 "국내용, 선거용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는 정치성 발언까지 했다.

공단 가동 중단으로 앞날이 캄캄해진 기업주와 종업원들의 처지와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 정부에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상식에 크게 어긋난다. 나아가 보수니, 표심이니, 선거 같은 말까지 입에 담은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다.

개성공단 중단의 원천적 책임은 유엔 결의를 정면 위반하면서 핵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거듭하고 있는 북에 있다. 유엔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강력한 제재안을 마련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3년 전 남북 합의에 '정세와 상관없는 가동' 문구를 넣은 것도 북측이 인력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거나 남측 인력을 인질로 삼는 망동을 어떻게든 제어해 보려는 고육책이었다. 이런 사실을 뻔히 알 만한 기업인들이 우리 정부만을 몰아붙이고 있다. 그것이 보상을 더 받아내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라면 그런대로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공단 가동 중단이 선거용이라고 몰아붙이는 행태에서는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피해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정부의 제재 결정으로 손실을 뒤집어쓴 이란 투자 기업 등 정책 변경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개성공단 사업은 경영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이 북의 저임금 혜택과 정치적 돌발 변수를 모두 알고서 결행한 투자이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 투자인 것이다. 이런 투자로 돈을 벌 때는 아무 말 없다가 손해를 보게 되자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는가. 이 기업들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은 모두 국민 세금이다. 다수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보상 협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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