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건축계의 노벨상', '언론계의 노벨상'이라며 많은 상을 노벨상에 견주어 말하곤 한다. 그만큼 노벨상은 세계 최고라는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상이다.

노벨상에 견주긴 했지만 정리한 상들도 각 분야에선 독보적인 권위를 가진 상이다. 상금 액수가 적으면 어떠랴. 각 분야에서 평생의 업적을 인정받아 더없이 이름을 드높일 수 있는 상들. 어떤 것이 있는지 정리했다.

수학계

수학의 새로운 분야 개척에 공헌한 신진급 학자에게 주는 상으로 상 제정을 주도한 존 찰스 필즈(1863~1932)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의 성을 따서 지었다. 첫 수상자는 1936년 배출됐다. 시상식은 4년마다 세계의 수학적 업적을 평가하는 자리인 '세계수학자대회(ICM)'에서 갖는다.

필즈상엔 나이 제한이 있다. 필즈상을 받는 그해 1월 1일 기준 만 40세가 넘지 않은 생존 학자에게만 자격을 준다. 아무리 뛰어난 수학자여도 만 40세 이후 성과를 낸다면 평생토록 이 상을 받을 수 없는 셈이다.

필즈 메달의 모양
캐나다인 맥켄지(Robert Tait McKenzie)가 디자인하였는데, 초상은 아르키메데스(Archimedes)의 얼굴이다.

필즈 메달의 상금
필즈가 기부하여 만들어진 '필즈 재단(Fields Trust Fund)'에서 수여되는 상금은 1만5천캐나다달러(2016년 2월 현재 한화 약 1400만원)를 받는다. (필즈상 공식홈페이지)

수학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으로 2002년 1월 노르웨이 학술원에서 제정하였고 2003년 처음 수상자가 나왔다. 노르웨이 정부가 자국을 대표하는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수상자 후보 추천과 결정은 노르웨이 학술원에서 지명한 아벨위원회(Abel Committee)가 맡는다.

필즈상과 달리 아벨상은 수상자의 나이 제한 없고 순수수학 및 응용수학 분야를 아울러 수상자를 결정한다. 아벨상 시상 기준은 명확하다. '학자가 수학계에 미친 평생 업적'. 따라서 영예는 대개 석학(碩學)들에게 돌아간다.

상금은 노르웨이 화폐로 600만크로네(약 75만유로: 2016년 2월 현재 한화 10억원이 넘는다)이다. (아벨상 공식홈페이지)

["수학의 진짜 노벨상은?"…'아벨상 vs 필즈상']

건축계

프리츠커상은 호텔그룹 하얏트재단이 주관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이다. 이 상은 1979년 제이 A. 프리츠커(1922~1999) 전 하얏트재단 회장에 의해 마련됐다. 수상 기준은 '해마다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을 한 건축가'다. 특정한 건축물이 아니라 해당 건축가의 건축세계를 평가하는 상으로서 국제적으로 권위를 인정받아 흔히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기도 한다.

매년 1월 말까지 후보자 추천을 받으며, 후보자는 국적과 인종, 종교 또는 이데올로기 등에 제한을 받지 않는다. 세계적인 건축가 대부분이 이 상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설계한 자하 하디드를 비롯해 스페인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을 건립한 프랭크 게리 등이 영예를 안았다.

역대 프리츠커상 최다 수상자 배출국은 일본이다. 안도 다다오 등 총 여섯 차례나 프리츠커상을 거머쥐었다. 수상자에게는 10만 달러의 상금과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livan)이 디자인한 청동 메달을 수여한다. (프리츠커상 공식 홈페이지)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칠레 아라베나 선정]

['속' 보여준 일본에… 세계는 또 반했다]

언론계

1917년 미국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1847~1911) 유언에 따라 만들어진 이 상은 정권 등 거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공익적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됐다. 따라서 '언론 자유의 상징'으로도 통한다. 언론 분야는 뉴스·보도사진 등 14개 부문, 문학·드라마·음악 분야는 7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언론 분야에서는 미국 신문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문학과 드라마, 음악분야는 반드시 미국 시민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언론대학원에 있는 퓰리처상 선정위원회가 매년 4월에 수상자를 발표한다. 상금은 1만 달러 이다. (퓰리처상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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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과학

튜링상은 2차대전 당시 첨단 계산기를 발명해 독일군 암호 체계를 풀어내고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그는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실제 모델이자 '컴퓨터의 아버지'로 평가받는다. 튜링상은 1966년부터 미국컴퓨터학회(ACM)가 컴퓨터 과학 분야에 업적을 남긴 사람에게 시상하며, 컴퓨터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2007년부터 인텔과 구글이 공동 후원을 맡고 있다. ACM 연례 회의에서 시상식을 하는데 여기서 수상자가 기념 강연을 하는 것이 관례이다. (튜링상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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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Science Fiction)계

1953년 미국 SF의 아버지라 불리는 작가이자 편집자 휴고 건즈백(Hugo Gernsback)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으로 SF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최고 권위의 SF 문학상이다. 1955년 세계과학소설협회(WSF, World Science Fiction Society)에 의해 제정되었다.

소설뿐만 아니라 비소설, 관련 영상물, 편집자, 화가 등 SF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 상을 수여하고 수상 분야는 매년 조금씩 변동되었다. WSF 회원들이 대부분 영미권 사람들이며 영어로 된 작품만 후보로 선정 가능하다. (휴고상 공식 홈페이지)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SFWA, Science Fiction and Fantasy Writers of America)가 지난 2년동안 미국 내에서 출판 및 발표된 SF 작품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다. 휴고상은 팬 투표에 의해서 선정되는 상이나,  네뷸러상은 SFWA 소속의 작가, 편집자, 비평가 등 SF 전문가들이 선출하는 상이다. (네뷸러상 공식 홈페이지)

기타

'아시아의 노벨상'으로도 불리는 상으로 1957년 비행기 사고로 급서한 필리핀의 전(前)대통령 R.막사이사이의 공적을 추모·기념하기 위하여 제정된 상이다.  해마다 정부봉사, 공공봉사, 국제협조증진, 지역사회지도, 언론문화 등의 부문에서 수상자를 뽑아 각각 5만 달러의 상금과 메달을 수여하고 있다.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한국 사람은 장준하(1962), 김활란(1962), 김용기(1966), 이태영(1975), 장기려(1979), 엄대섭(1980), 제정구·정일우(1986), 김임순(1989), 오웅진 신부(1996), 법륜 스님(2002), 윤혜란 시민운동가(2005), 박원순 서울시장(2006,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시절), 김선태 목사(2007) 등이 있다.  (막사이사이상 공식 홈페이지)

[거지에서 성자(聖者)가 된 김선태 원장 ]

새뮤얼 인

중국 당(唐)나라 이름을 딴 탕상재단은 대만 부호 새뮤얼 인(중국명 尹衍樑) 루엔텍스그룹 회장이 2012년 말 사재 30억대만달러(약 1060억원)를 출연해 만들었다.

탕상재단은 2년에 한 번 법률, 지속 가능한 개발, 생물·약학, 중국학 등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연구자들에게 상을 수여한다. 상금은 5000만대만달러(약 17억7000만원). 6개 분야별 수상자에게 상금 122만달러(약 13억2000만원)를 수여하는 노벨상보다 높다. 수상자는 대만중앙연구원의 특별위원회가 선정한다. 2014년 9월에 첫 수여식을 했다. (탕상 공식 홈페이지)

[상금 17억7000만원… 아시아版 노벨상]

참고: 각 상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