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끝난 11일 오전 대구시 북구 산격동 경북도청. 여성가족정책관실 직원 정태순(48)씨는 동료들과 함께 이삿짐을 꾸리느라 바빴다. 포장을 마친 이삿짐 박스는 도청 앞마당에 대기 중인 트럭으로 차례차례 옮겨졌다. 이삿짐 트럭은 12일 경북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일원에 있는 경북도청 신청사로 떠난다. 대구에서 북쪽으로 80㎞가량 떨어진 곳이다. 정씨는 "27년간 근무한 곳을 떠나는 마음은 섭섭하지만, 새 도청 시대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했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 경계에 자리 잡은 경북도청 신청사 전경. 경북도는 지난 1966년 이후 50년 동안 이어진 대구 산격동 청사 시대를 마감하고 12일부터 21일까지 신청사로 이사를 한다.

경북도청이 대구 산격동 시대를 마감하고 새 도청 시대를 연다. 경남(창원), 전남(무안), 충남(홍성)에 이어 광역지자체 중 마지막으로 도청 소재지가 관할 구역 내로 옮겨가게 되는 것이다. 경북도청이 대구 더부살이를 청산하는 것은 1981년 대구시와 분리된 지 35년 만이다.

◇35년 대구 더부살이 청산

이사는 12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열흘간 진행된다. 이삿짐 규모가 워낙 커 경북도가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야 할 정도였다. 동원되는 차량만 5t 트럭으로 156대에 이른다. 첫날 여성가족정책관실을 비롯한 6개 실·국이 이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1일 행정부지사실과 자치행정국이 마지막으로 옮겨간다. 이달 22일부터는 도청 직원 1150명 전원이 신청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도지사실이 이전하는 19일 오전에는 신청사에서 환영 행사가 열린다. 앞서 18일 오후에는 현 청사 50년을 마감하는 환송식이 기존 청사에서 열린다. 경북도청은 1966년 대구시 중구 포정동에서 현재의 북구 산격동으로 옮겼다.

◇2008년 이전 결정…신청사 작년 완공

[김관용 경상북도 도지사는 누구?]

경북도청 이전 주장은 1981년 대구시가 경북도에서 분리된 직후부터 제기됐다. 관할 구역과 도청 소재지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30년 가까이 계속된 도청 이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김관용 현 지사였다. 그는 2006년 지방선거 당시 도청 이전을 공약했고, 2008년 6월 평가단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안동·예천 일대를 신도청 소재지로 결정했다.

경북도 신청사는 2011년 10월 착공해 작년 4월 준공했다. 3875억원의 건설비가 투입됐다. 24만5000㎡의 부지 위에 본청과 도의회, 주민복지관, 다목적공연장 등 4개의 건물을 담장 없이 배치하고 지붕은 한옥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격이 있다는 팔작지붕 형태로 구현했다.

신청사 오른편에는 지난해 7월 완공된 경북도교육청이 있고, 왼편에는 2017년 4월 완공을 목표로 경북지방경찰청이 건설 중이다. 경북도교육청은 15일부터 신청사로 이전한다. 내년 경북지방경찰청까지 옮겨가면 명실상부한 신도청 시대가 열리게 된다.

◇신도청 소재지 인구 10만 자족 도시로

경북도는 신청사 이전과 함께 새 도청 소재지 일대(1096만6000㎡)를 오는 2027년까지 상주인구 10만명의 자급자족 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또 부족한 도로망 구축을 위해 작년 5조원에 이어 올해도 5조1342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경북도 관계자는 "도청 신청사가 안동·예천 지역으로 옮겨가면 그동안 '육지 속 섬'으로 불려온 경북 북부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지역 균형 발전이 촉진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청 옛터는 도청이전특별법에 따라 정부가 2000억원 정도를 들여 매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부지 매입 후 대구시와 협의를 거쳐 부지 활용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