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이 각각 4·5일 1차 총선 공약을 발표했다. 전에 내놓았거나 이미 정부가 추진 중인 재탕 공약이 수두룩하지만 거액의 예산이 들거나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는 공약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지역 가입자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내놓았다. 건보료 산정 기준에서 3000㏄ 미만 자동차를 제외해 287만 가구에 매달 1만1000원 정도 보험료 부담을 낮춰주고, 연 소득 500만원 미만인 400만 가구는 연령 등을 고려한 평가소득을 제외해 건보료를 월 1만원 인하해주겠다는 것이다. 소득이 적은 지역 가입자들의 건보료 부담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검토해봐야 할 정책들이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건보료 부과 체계 개편의 일부인데, 다른 가입자 부담을 높이는 내용은 쏙 빼고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만 발표했다는 점이다.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건보료가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역 가입자 부담이 주는 만큼 직장 가입자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민주당이 발표한 공약에는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거나 기업에 부담을 주는 내용이 적지 않다. 청년들에게 취업 활동비를 월 60만원씩 6개월간 지급하겠다는 공약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청년 수당, 이재명 성남시장의 청년 배당 정책과 유사하다. 타당성에 의문이 있고, 돈 주고 청년 표를 사겠다는 것이란 비판이 나오는데도 야당 공약에까지 들어갔다. 청년 고용 의무 할당제는 민간 기업에 한시적으로 매년 정원의 3~5% 이상을 청년 미취업자로 고용하도록 의무화하겠다는 공약이다. 일거리가 없어도 강제로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인데 포퓰리즘일 뿐이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유럽 국가의 청년 실업률이 수십%에 이를 까닭이 없다. 국민연금 수급액 등에 상관없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차등 없이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공약도 한 해 1조원의 예산이 더 들고, 시간이 갈수록 그 액수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정책이다. 무책임하다.

여야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5년 동안 각각 97조원과 192조원이 들어가는 복지 공약을 내세웠다가 지금 그걸 감당하느라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터져 나오고 있다. 누리 과정 예산 대란,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상 급식 예산 분담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정부와 공기업 등 공공 부문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것도 그 후유증이다. 이제는 국민도 포퓰리즘의 폐해를 어느 정도 인식하게 됐지만 여야는 불만 보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부나방처럼 또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차 공약이 이러니 앞으로 총선이 본격화하면 어떤 황당한 포퓰리즘 공약이 쏟아질지 알 수 없다. 유권자가 철퇴를 내리는 수밖에 없다.

[[사설] 허세는 대북 억지력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