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로켓)이 우리 영공이나 영토를 침범할 경우 요격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우리 군의 요격 능력과 실현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국방부가 밝힌 요격 방침은 북한 장거리 미사일이 국제기구에 통고한 궤도대로 날아갈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고된 궤도를 벗어나 미사일이나 그 잔해가 우리 영토에 떨어지거나 영공을 침범할 경우 요격하겠다는 것이다. 1998년 이후 북한은 다섯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우리 영토에 잔해 등이 떨어진 적은 없다. 2012년 4월 북한이 은하 3호를 발사한 직후 135초 만에 151㎞의 고도에서 공중 폭발, 잔해가 백령도 근해에 떨어진 것이 가장 유사한 경우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사드(THAAD)란?]

이번에 '실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우리 군이 장담한 대로 이를 제대로 요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군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요격용 미사일은 패트리엇 PAC-2형(型)이 유일하다. PAC-2는 원래 항공기 격추용으로 개발됐다 미사일 요격용으로 개량된 것이어서 요격 능력이 신형인 패트리엇 PAC-3보다 상당히 떨어진다. PAC-2형은 목표물 근처로 날아가 폭발해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파편형'인 반면, PAC-3는 목표물과 직접 부딪혀 파괴하는 '직격형(hit-to-kill)'이다. 직격형 방식으로 파괴해야 적 미사일 파편 등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주한미군은 PAC-2와 PAC-3 미사일을 합쳐 총 64기의 미사일을 오산·군산·수원 등지에 배치해놓고 있다. 주한미군 PAC-3는 인근 지역에 떨어지는 북 미사일 잔해 등을 요격할 수 있지만 사거리가 수십㎞(고도는 15㎞)에 불과해 미군기지를 중심으로 지킬 수 있을 뿐이다. 한 소식통은 "한·미 패트리엇 미사일들의 능력과 배치 위치 등을 감안할 때 북 미사일 잔해가 수도권이나 몇몇 미군 기지 주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잔해를 요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해군 등 군 일각에선 패트리엇이나 사드(THAAD·요격고도 40~150㎞)보다 요격 고도가 높은 SM-3미사일을 도입해 이지스함에 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해군 이지스함은 1000㎞ 밖에서 날아오는 북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SM-3 요격수단은 없는 상태다. 반면 북 미사일 궤적 추적을 위해 한반도 근해에 배치된 미 7함대 소속 이지스함에는 SM-3 미사일이 장착돼 있어 패트리엇보다 훨씬 높은 고도(500㎞ 이상)에서 요격할 수 있다.

일본도 북 미사일이 자국 영내에 진입할 경우 요격하기 위해 이지스함 3척과 지대공 미사일을 대거 배치하는 등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을 도쿄 방위성 등 수도권과 오키나와 남부 난세이(南西) 제도에 추가 배치했다. 하지만 북 미사일이 비행할 방향은 도쿄는 물론 오키나와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이는 다분히 '정치적인 보여주기' 차원의 행동으로 분석된다.

동해에 1척, 동중국해에 2척이 각각 배치돼 있는 일본 이지스함의 SM-3 미사일은 실제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국제규범 등을 감안할 때 일본이 자국 영공·영토를 침범하지 않고 비행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