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이 4일 경기도 분당 두 지역구를 잇따라 찾았다. 분당을에선 친박(親朴) 현역 의원을, 분당갑에선 비박(非朴) 현역 의원에게 도전하는 친박 도전자를 당내 경선에서 뽑아달라고 했다. 특히 분당갑의 현역 의원은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한다고 했던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사람이었다.

최 의원은 보름여 전 경제부총리에서 물러난 뒤 이른바 '진박(眞朴) 지원 행보'라는 것을 계속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도 대구·경북과 부산·경남·경기 지역의 특정 후보 선거사무실 개소식을 돌며 '이 사람이야말로 진박'이라는 식의 '인증(認證) 발언'을 되풀이하고 있다. 3일에는 대구에 출마한 정종섭 전 행자부 장관이 '의리를 지키고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는 뜻의 글을 쓰자 최 의원이 그것이 진실한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대부분 지역구에서 경선을 통해 후보를 뽑는다. 그러다 보니 어느 때보다 후보 간, 계파 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의 대리인 또는 친박 좌장으로까지 통하는 최 의원이 계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목표를 추구하는 같은 정당 사람들을 콕 짚어 떨어뜨려 달라고 다니는 것 자체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정파적 이해관계 외에 어떤 명분과 원칙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친박이나 진박이라는 사람들의 행태를 비꼬는 온갖 말이 유행하는 것만 봐도 이들의 모습이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알 수 있다. 대통령을 따르는 사람은 되고, 뭔가 쓴소리를 하는 사람은 안 된다면 그것을 제대로 된 정당이라고 할 수도 없다.

친박 핵심이라는 조원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헌법보다 의리가 먼저" "헌법보다 인간관계"라는 말까지 했다. 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하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한 데 대한 반박이라고 이런 말을 한 모양이다. 아무리 정치판이라고 해도 할 말과 못 할 말이 있다.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낯 뜨거운 말까지 할 수 있는 것인지 자괴감이 들게 한다. 이렇게 막무가내식 행태를 거듭하니 정적(政敵)을 쳐내려는 시도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지금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한 책임은 여야가 함께 져야 하지만 여당이라고 책임이 가볍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도 친박들은 거기에 대해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정치 불신을 작정하고 부추기려는 것 아닌가 하는 언동을 거듭하고 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것은 유권자를 너무 우습게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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