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분기에 당초 계획보다 21조원 이상을 시중에 더 풀고 자동차 세금을 깎아주는 조치도 6개월 연장하는 내용의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유일호 경제팀이 출범한 뒤 처음 내놓은 내수(內需) 부양책이다.

내용을 보면 재탕 삼탕에 미봉책들뿐이다. 정부가 앞당겨 풀겠다는 자금 21조원 중에 정부 예산은 6조원뿐이다. 나머지 15조원은 국책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식이다. 그중 10조원의 은행 대출금은 수출 기업을 위한 것이라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자동차 세금 인하 연장은 소비절벽을 막기 위한 카드겠지만 자동차 회사들 배만 불릴 우려가 있다. 이 조치로 한국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는 폴크스바겐까지 혜택을 보게 됐다. 정부가 4월 총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굳이 '1분기'를 겨냥한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선거용 선심 쓰기로 얼마 안 남은 부양 수단을 써버리면 재정 투입이 줄어드는 하반기를 어떻게 넘기겠다는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한국 경제의 상황은 반짝 부양으로 반전(反轉)의 계기를 만들 단계가 지났다. 세계경기 둔화로 인해 부양책 약발도 오래가기 힘들다. 전임 경제팀이 추경(追更)을 한다, 금리를 내린다, 세금을 깎아준다며 법석을 떨었지만 결국 나라 살림만 축내고 작년 경제성장률이 2.6%까지 주저앉지 않았는가. 정부는 성장률이 현 정부 들어 단 한 번도 세계 평균치를 넘지 못한 원인이 만성화된 소비와 투자 무력증이라는 현실부터 직시해야 한다.

이에 대한 대책도 기업의 투자와 가계의 소비 의욕을 되살릴 만큼 강력한 것이어야 한다. 누가 봐도 파격적이라 할 만한 규제 완화에 나서고 소비를 억누르는 가계부채 문제에도 보다 창의적인 해법이 나와야 한다. 최근 1~2년간 내수에 온기를 돌게 했던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도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경기가 어렵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급조해 내놓는 반짝 부양책으로 경제가 나아지길 기대할 수 없다. 이제라도 정치권과 기업과 개인 등 모든 주체가 참여하는 '메가 패키지(초대형 묶음)' 형태의 근본적인 경기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사설] 말로만 제재하는 韓·美·日, 또 뒤통수 맞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