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암 전문의와 학자들의 최대 단체인 미국 암연구학회가 한국인 의사 이름을 딴 상(賞)을 만든다. '홍완기'상이다.

그 영예의 주인공 홍완기(74) 박사는 미국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 종양내과 교수다. 그는 지난 2001년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암연구학회(AACR)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이 학회는 190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결성된 암 학회로, 101개국 의사·교수 등 3만50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된 단체다.

마거릿 포티 AACR 회장은 회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홍완기상 제정을 올해 발표하게 돼 너무나 기쁘고 흥분된다"며 "이 상의 지속 발전을 위해 50만달러(한화 약 6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완기상'은 암 연구에서 탁월한 업적을 내는 전도유망한 45세 이하 젊은 연구자에게 수여된다. 첫 시상은 2017년 AACR 총회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대표적인 의학회에서 스스로 재정을 마련하여 한국인 이름을 딴 상을 만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홍 교수는 "개인의 영광뿐만 아니라 재미 한국인 암 연구자 전체의 자긍심으로 남을 일"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종양내과 전문의가 됐다. 그는 후두암 치료법을 획기적으로 바꾼 의사로 꼽힌다. 과거 후두암은 성대를 잘라내는 수술로 치료했다. 하지만 홍 교수가 수술하지 않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제를 써도 생존율이 같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후 수많은 후두암 환자가 생명과 함께 목소리도 건질 수 있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6년간 미국 암 전문의 최고 명예로 꼽히는 미 대통령 직속 국립 암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홍 교수는 국내에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암 치료를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0년 당시 이 회장은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홍 교수 주도 아래 폐암 치료를 받았으며, 훗날 완치 판정을 받았다. 홍 교수는 현재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후학 양성에 전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