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운 손님이자 탐욕스러운 여행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紙)는 최근 '지카(Zika) 바이러스'의 위험성과 그 급속한 확산 속도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카 바이러스는 브라질에서 작년 3800여 건의 의심 환자가 보고된 선천성 기형 소두증(小頭症)의 주범으로 여겨진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신생아를 출산할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소두증 유발 '지카 바이러스' 확산

이 바이러스는 작년까지는 브라질 등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서만 발견됐다. 올 들어 미국, 아시아, 유럽에까지 상륙해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2개월 이내에 해당 지역 내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한 24개국을 발표하고 "지카 바이러스의 법정 감염병 지정을 추진하고, 대비 태세를 강화하겠다"고 26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5일(현지 시각)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5월 브라질에서 발생한 후 지금까지 미주 21개 국가·지역에 퍼졌다"며 "지카 바이러스가 미주 대륙 전체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가장 큰 피해를 본 브라질에서는 현재까지 약 150만명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16일까지 소두증 의심 신생아 3893명 중 230명은 소두증으로 공식 확인됐다. 소두증으로 숨진 신생아도 5명 있었다. 인근 콜롬비아에서는 지난해 1만1000여 명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마거릿 찬 WHO 사무총장은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가 캐나다와 칠레를 제외한 미주 대륙 전체에서 발견됐다"고 했다.

'소두증 신생아 출산' 지카 바이러스, 美·英·伊·스페인·태국까지… 전세계 '비상' - 지난해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 급속히 번졌던 '지카(Zika) 바이러스'가 올 들어 미국과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태국 등까지 확산하면서 소두증(小頭症) 공포가 커지고 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할 확률이 높다. 사진은 브라질의 한 병원에서 소아과 의사가 소두증을 앓고 있는 신생아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대량 발생한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등 일부 중남미 국가는 지카 바이러스가 잦아들 때까지 임신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는 26일“지카 바이러스 감염증의 법정감염병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중남미 지역에 방문했다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채 귀국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한 십대 소녀가 지카 바이러스 양성 반응을 보였다고 CBS가 25일 보도했다. 이달 들어 뉴욕, 플로리다 등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했다. 앞선 15일 하와이에서는 브라질에 다녀온 여성이 소두증 신생아를 출산했다. 지난 23일 영국인 3명이 이집트숲모기에 물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됐음이 확인됐다. 호주에서도 6명의 지카 바이러스 의심자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가 26일 전했다. 이들 모두는 지카 바이러스가 발생한 해외 지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발병 사례가 4건 접수됐다고 현지 언론이 2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도 같은 사례가 2건 보고됐다.

중남미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시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태국 방콕포스트는 지난 10일 태국에서 대만으로 입국하려던 태국인 남성(24)이 지카 바이러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이 남성이 지카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남미를 최근 방문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감염 경로를 둘러싼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동남아 국가에 중남미 루트와는 별개로 지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CDC는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8개국을 지카 바이러스 감염 흔적이 있는 국가로 꼽았다. 언제라도 감염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25일(현지 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바드롬에서 방독면을 쓴 지방정부 직원이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서식 환경을 없애기 위해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브라질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군 병력 등 20만명을 동원하기로 했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을 치료할 방법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지카 바이러스는 모기를 통해 전염되는데, 철저한 방역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미 CDC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여행 경고 지역에 가지 마라" 등의 지침을 제시했다. 중남미의 엘살바도르, 콜롬비아 정부는 "지카 바이러스 퇴치 전까지 임신을 삼가달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와 글로벌 제약업체들은 지카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단기간에 예방 백신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제 제약업체 관계자는 "백신 개발에는 통상 10~15년은 걸린다"고 했다. 앨런 바렛 텍사스대 교수는 "에볼라처럼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왔던 질병과 달리 지카 바이러스는 최근 들어 문제가 됐다"며 "처음부터 개발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