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개팅 좀 시켜줘"라고 애원할 필요가 없다. 이제는 내가 나에게 소개팅을 주선하는 시대. 셀프 주유처럼 스스로 한다는 뜻의 '셀프(self)' 반열에 소개팅이 올랐다. '셀프 소개팅'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든 이성을 만날 기회를 얻는다.

'셀프 소개팅'은 스마트폰에 소개팅 전용 앱을 다운받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앱에 자신의 사진을 올리고 프로필을 작성한 뒤 가입 심사를 거친다. 이후 하루 평균 1~6명의 이성을 소개받는다. 그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다면 호감 표시를 한다. 상대방도 같은 반응이면 만남을 이어간다.

[한국소비자원, 소개팅 앱 이용자 중 절반 "크고 작은 피해 입었다"]

소개팅 앱의 주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주로 사용하는 20~30대. '팅게임' '코코아북'과 같은 앱은 젊은 층을 겨냥해 모바일 게임과 3:3 미팅을 통해 상대방을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싱글 직장인 전용 서비스인 '만나컴퍼니'는 직업 증빙 서류를 제시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돌싱(돌아온 싱글)'을 위한 앱도 있다.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고,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이성에게 접근하는 정황이 포착되면 가족·이혼 증명서를 제시해야 한다. 돌싱 소개팅 앱 '울림'의 조원선 대표는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들도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싶어하지만 사회 분위기 때문에 쉽사리 만나지 못한다"며 "온라인상에서 만남이 주선되니 남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어 이용자들이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소개팅 앱 '이음'이 지난해 싱글 남녀 48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개팅 앱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남성 70%, 여성 74%가 진지한 만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사용 이유에는 '주변에 이성이 없어서' '지인 소개 부담' '매칭 불만족'이라고 했다. 글로벌 앱 통계 분석업체 앱애니가 실시한 '2015년 모바일 앱 트렌드' 조사에서는 매출 10위권에 든 앱 중 소개팅 앱이 5·6·8위를 차지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소개팅 앱 이용자 500명 중 절반인 49.8%가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원치 않는 연락을 계속 받은 경우, 성적인 대화, 개인정보 유출 등이 그 이유다. 소개팅 앱에 가입했다 탈퇴한 안정미(27·회사원)씨는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가짜로 프로필을 작성할 수 있어 위험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우려가 잇따르자 소개팅 앱들도 신원 인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있다. 재학·졸업증명, 재직증명, 신용 인증과 휴대폰 본인인증을 요구하며, 소개팅 시 개인 번호가 아닌 소개팅 업체가 부여한 안심번호를 사용하게도 한다. 앱 운영진이 실시간 앱을 관리하며 신고가 들어오는 등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강제로 퇴출시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