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폭설과 강풍을 동반한 한파가 몰아친 지난 23일 1000척이 넘는 중국 어선이 서귀포 해상을 시커멓게 뒤덮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주변 해상에서 조업을 하던 어선들이 기상이 악화되자 자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가까운 제주 남부 해상으로 피항(避港)한 것이다.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 주변 해상은 우리나라가 외국 선박의 피항지로 지정한 곳으로, 방파제 시설이 설치돼 있다.

제주 화순항으로 풍랑 피해 온 中國어선 1200여척 - 24일 오후 중국 어선 1200여척이 제주 서귀포시 화순항에서 300~1000m 떨어진 해상에 모여 있다. 한국의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주변에서 조업하던 중국 어선들은 강풍과 풍랑을 만나자 이곳으로 대피해 왔다. 화순항 주변 해상은 우리 정부가 외국 선박의 대피 장소로 지정해 놓은 곳이다. 제주 해경은 3000t급 함정을 동원해 안전 관리를 하고, 불법 조업도 예방하고 있다.

[[키워드정보] 배타적 경제수역(EEZ) 제도란?]

서귀포해경에 따르면 중국 어선들이 화순항 주변 해상에 나타난 것은 지난 18~19일쯤이었다. 서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23일에는 그 수가 급격히 불어나 1200척의 중국 어선이 닻을 내리고 정박했다. 어선들은 해안선에서 300m~1㎞ 정도 떨어진 곳에 머물러 쉽게 볼 수 있었다. 서귀포시 주민 김모(35)씨는 "영화 '적벽대전'에 나오는 100만 대군을 태운 조조의 함대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며 "제주 바다를 점령한 것처럼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제주해양경비안전본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3000t급 경비함정 4척을 현장에 투입했다. 중국어선 중 일부는 기상이 호전된 25일부터 서해 조업 현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해경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중국 어선을 한꺼번에 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