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전국에 몰아닥친 한파(寒波)와 폭설(暴雪)로 제주공항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 동안 전면 폐쇄되면서 국내외 여행객 7만6000명이 제주도에 발이 묶였다. 25일 밤 항공기 운행이 재개돼도 이들이 제주도를 빠져나오는 데는 2~3일이 걸릴 것으로 항공 당국 등은 예상했다.

서울도 최저기온이 영하 18도로 15년 만에 최대 한파를 기록하면서 동파 사고 등이 속출했고, 울릉도를 비롯해 인천·경남·전북 도서 지역은 풍랑으로 인해 연안 여객선이 끊겨 섬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제주도는 최고 26㎝의 폭설로 지난 23일 오후 5시 50분부터 항공편이 전면 결항됐다. 제주 도심에 10㎝가 넘는 눈이 쌓인 것은 1984년 1월(13.9㎝) 이후 32년 만이다. 폭설과 강풍이 계속되자 교통 당국은 25일 오후 8시까지 항공편 운항을 중단시켰다. 50시간 동안 제주공항이 폐쇄된 것이다. 이에 따라 23일 296편, 24일 517편의 항공기가 결항됐고 25일에도 390편의 항공기가 결항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제주공항이 50시간 폐쇄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운항이 재개되면 승객을 많이 태울 수 있는 대형 항공기를 임시편으로 대거 배치할 예정이지만 체류객들이 모두 빠져나오는 데는 2~3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공항에서 쪽잠 자는 여행객들 - 한파에 폭설까지 겹쳐 제주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면서 24일 공항 대합실이 발이 묶인 여행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일부 여행객들은 대합실 맨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눕거나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잤다. 제주공항은 지난 23일 오후 5시 50분부터 25일 오후 8시까지 50시간 동안 항공기 운항이 중단돼 국내외 관광객 7만6000여명이 제주도에 고립됐다.

지난 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130㎝ 이상의 눈 폭탄이 쏟아진 경북 울릉도도 대부분 도로가 통제됐고, 여객선 2편도 지난 18일부터 일주일째 운항이 중단됐다. 이 때문에 육지로 나간 주민 1000여명이 울릉도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이번 한파와 폭설로 24일 오후 11시 현재 전국 공항의 40개 노선 814편의 항공기가 결항되고, 인천·제주 등 섬과 내륙을 오가는 80개 항로의 선박 운항이 통제됐다. 또 설악산·오대산 등 21개 국립공원의 입산이 금지됐고, 전국 각지에서 눈 쌓인 도로 26곳(총 297㎞)이 폐쇄됐다.

"공항 수화물센터에서 1만원을 주고 박스를 사와 펼치고 잤어요. 제주에 관광 왔다가 노숙자 신세가 됐네요."

24일 오후 제주국제공항 국내선 대합실. 전날(23일) 오후부터 항공편이 전면 결항된 데 이어 이날 오전에도 최고 26㎝의 눈이 내리자 대기 중인 1700여명의 여행객들 입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이틀째 공항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과 이들이 갖고 온 짐으로 공항 대합실은 여름 휴가철처럼 북새통을 이뤘다.

제주공항 비닐하우스 - 24일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서 일부 승객들이 비닐 천막을 치고 비행기 운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 맨바닥에 신문지나 종이 박스를 깔고 쪽잠을 자거나 의자에 앉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이들은 이날도 기상 악화로 항공편이 결항되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강모(45·서울)씨는 '기상 악화로 25일 오후 8시까지 모든 항공기가 결항된다'는 공항 안내 방송이 나오자 "사과 박스 3개를 깔고 밤을 지새웠는데 더는 안 되겠다"며 가족을 데리고 숙소를 찾아 제주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공항 3층 식당가는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손님이 몰리면서 일부 업소에선 음식 재료가 동났다. 패스트푸드점도 손님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수십m 줄을 섰다.

공항 대합실에선 대기 좌석을 확보하려는 여행객 간에 전쟁이 벌어졌다. 일부 여행객은 항공사 데스크 근처에서 밤을 새우려고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종이 상자와 담요를 깔고 누웠다. 제주도는 사흘간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여행객 7만6000여명의 발이 묶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비상대책반을 꾸려 체류객들에게 음료수와 빵, 담요 등을 제공하고 전세 버스 40여대를 긴급 투입해 이들이 숙소로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들은 운항 재개 이후 대형 항공기를 중심으로 임시편을 편성해 23~25일 비행기를 이용하지 못한 승객들을 수송할 계획이다. 제주공항 관계자는 "28일쯤에야 제주에 발이 묶인 여행객들이 모두 제주를 떠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천 앞바다 ‘얼음’-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24일 인천시 중구 예단포 선착장 앞바다가 얼어붙어 있다. 인천 앞바다가 언 것은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이날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18도로 15년 만에 가장 낮았고, 강원도 속초(영하 16.4도), 제주 서귀포(영하 6.4도)는 관측 사상 최저기온을 기록했다.

['32년만의 폭설' 제주공항 마비..현재 제주는?]

지난 19일부터 6일 동안 133㎝의 폭설이 쏟아진 울릉도도 고립됐다. 울릉도 내 간선 도로나 농어촌 도로는 대부분 통제해 통행이 뚝 끊겼다. 울릉 일주도로 북면 2㎞ 구간은 너울성 파도로 차량 운행을 차단했다. 지난 17일 오후부터 눈과 함께 강풍이 몰아치면서 울릉도와 포항을 오가는 배편도 일주일째 끊겼다. 이 때문에 울릉도에 온 관광객 30여명과 육지로 나간 주민 1000여명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최수일 울릉군수도 해외 출장을 갔다가 배편이 끊겨 포항에 머물고 있다.

전북 부안과 군산·인천·경남 통영 등지에서도 인근 섬 지역으로 오가는 배편이 끊겨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군산 비응항에선 지난 23일 오후 4시쯤 7.9t 어선 한 척이 풍랑으로 좌초돼 선원 4명이 구조됐다. 24일 낮 12시쯤 전남 해남군 백야리 도로에서는 승용차 한 대가 고속버스를 들이받으면서 9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10시 37분 용산역에서 목포역으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KTX 열차는 출입문이 얼어붙어 닫히지 않는 바람에 9분간 출발이 지연됐다.

전력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정전 사태도 벌어졌다. 제주도 일대에서는 23~24일 이틀간 총 3만4000여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해 추위 속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고, 이 중 400여 가구는 24일 오후에도 복구가 안 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지난 21일 최대 전력 수요가 8297만kw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