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묘한 아름다움일 것입니다. 제 경우에는 단박에 될 일이 예기치 못하게 10년 넘게 걸린 일도 있었습니다.

2015년 첫 딸을 낳았습니다. 결혼한 지 13년 만의 축복이었습니다. 또 2016년 1월에는 미국 공항을 한 번에 통과했습니다. 시스템 오류인지 저는 미국에 들어갈 때마다 꼭 2차 심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이건 12년 만에 풀린 마법 아닌 마법이었습니다.

2015년 그날 강서구 산부인과에서는 “무통(주사) 주세요. 제발 무통…”이라며 신음했고, 2016년 그날 시애틀 공항에서는 ‘와오’ 작은 탄성을 속으로 내지르며 입국 수속대를 빠져나왔습니다.

아마존강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를 정말로 믿습니다. 돌이켜보면, 2010년 조선비즈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2009년 출산 문제 때문에 휴직했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2008년북한대학원 석사과정에 진학한 것은 미국 공항에서 비자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이 결정적인 동기였습니다. 미국에서 뭔가를 취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를 둘러싼 환경도 제대로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제 의사 결정 시스템에도 어떤 카오스(Chaos·혼돈)가 몰아쳤던 것이지요.

인생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도 질서와 혼돈, 우연과 필연, 계획과 비계획이 엉킨 카오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누구의 어떤 날갯짓이 나와 우리 이웃의 운명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정보기술(IT)분야를 출입하는 기자로서 한가지는 확신하고 한가지는 희망합니다.
'모두가 기자의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매체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평범한 주부부터 전문가까지 블로거로 활동한 덕분에 직업 기자들은 무한 경쟁 상황에 빠졌습니다. 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이 숙명을 전(全) 산업계가 겪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를 희망합니다. 북한에서 실리콘밸리에서나 들릴 법한 흥미진진한 기술 뉴스가 쏟아져 취재할 기회가 오기를 말입니다. 또 다른 12년과 13년이 흘러도 호기심을 잃지 않고 취재원의 증언과 조언을 경청하는 사이에 제 앞에 등장할 뉴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올해엔 조선비즈 IT팀이 사물인터넷(IoT) 관련 좋은 기사를 많이 썼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뛰겠습니다. 건승하십시오!

[조선비즈 팀장열전]①북한 IT 사정까지 정통... 류현정 IT팀장 <2015. 2.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