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당(分黨)의 명분 중 하나로 내세웠던 혁신안과 반대로 가면서도 별다른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더민주는 작년 9월 공천 혁신안을 마련하면서 뇌물, 알선 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부정 부패 관련 범죄로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경우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도록 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 전이라도 1·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으면 공천 탈락이라는 뜻이다. 당시 '김상곤 혁신위'는 "하급심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후보 신청 자체를 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영입은 이 혁신안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1993년 동화은행에서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94년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김 위원장은 당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2억1000만원의 형을 받았다. 혁신안에 따르면 공천에서 원천 배제되는 김 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공천 업무를 총괄하는 것은 모순(矛盾) 아니냐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례대표 등 자신의 출마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국민의당 측에서는 "혁신안에서 부패 연루자를 배제하겠다고 해놓고 김 위원장에게 전권을 맡긴 것에 대해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공격했다.

국민의당도 혁신안과 거꾸로 간 건 마찬가지다. 안철수 의원은 더민주 탈당 전 10대 혁신안을 제시하면서 부패 혐의로 기소만 돼도 공천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하지만 '입법로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형을 받은 신학용 의원의 입당 문제가 논란이 되자 안 의원은 "신 의원은 재판 중이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합류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그동안 안 의원이 부패 척결 원칙을 강조해온 것과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총선에 불출마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다.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급한 나머지 신 의원 영입을 서두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서는 "안 의원이 애초에 도덕성 기준을 너무 높게 잡아 발목이 잡혔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