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중해 배꼽'인 그리스 피레우스 항구까지 손에 넣었다.

BBC 중문판은 21일 "중국 국영 해운회사인 중국원양운수(COSCO)가 피레우스 항구의 지분 67%를 인수할 우선 투자자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최종 인수 여부는 그리스 의회 등의 승인을 거쳐 오는 3월쯤 결정되지만, 단독 입찰인 만큼 중국의 지중해 진출은 확정적이란 분석이 많다. 인수 가격은 3억6850만유로(약 4875억원)로 알려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난 2013년 9월 처음 제시한 '일대일로(一帶一路·신 실크로드)' 전략이 2년 4개월 만에 유럽 턱밑까지 진출한 것이다. 피레우스 항구는 그리스 최대 규모로 유럽의 관문이다. 2014년 기준 1680만명의 여객과 360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의 화물을 처리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피레우스 항구는 시진핑 지도부가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중요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시진핑 앞 이집트 대통령 공손하시네요 - 중국 정상으로는 12년 만에 이집트를 방문한 시진핑(왼쪽) 주석이 20일 카이로 도착 후 공항으로 영접 나왔던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동을 순방 중인 시 주석은 이날 이집트에 도착해 공항에서 엘시시 대통령의 영접을 받았다. 시 주석은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이집트 두 나라가 일대일로 계획에서 핵심 역할을 하자"며 "중국은 이집트 신행정수도 건설과 수에즈운하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집트에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차관을 제공하는 '선물'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이 이집트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제2 수에즈운하 때문이다. 중국은 작년 8월 개통한 제2 수에즈운하 배후에 대규모 '차이나 머니'를 투자하려고 한다. 물류 시설과 산업단지 등을 조성해 제2 수에즈운하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수에즈운하는 유럽~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송로다. 중국이 작년 말 아프리카 북동쪽에 있는 지부티와 10년간 군사기지 사용 계약을 맺은 것도 수에즈운하와 연결되는 바닷길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부티 앞바다는 소말리아 해적이 출몰하는 아덴 만으로 이어진다.

유럽 턱 밑까지 진출한 일대일로 지도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시한 '일대일로' 전략은 무엇인가?]

중국은 국제 정세의 변화를 예리하게 파고들어 피레우스 항구와 제2 수에즈운하에 대한 영향력 확대라는 전략적 자산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리스의 치프라스 좌파 정권은 재정난을 벗어나기 위해 작년 초부터 국유 자산 민영화에 나섰다. 작년 8월 14개 지방 공항 운영권을 독일에 매각한 데 이어 피레우스 항구를 내놓자 중국이 빠르게 낚아챈 것이다. 중국은 미국과 이집트 간의 마찰음도 놓치지 않았다. 미국이 2013년 쿠데타가 발생한 이집트에 대한 원조를 줄이면서 양국 관계가 삐걱거리는 틈을 타 제2 수에즈운하로 달려가는 모양새다.

시 주석이 처음 일대일로를 언급했을 때만 해도 '정치적 수사(修辭)'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중국 매체 보도대로 '44억 인구(전 세계 63%)와 21조달러 경제권(전 세계 29%)을 묶는다'는 것은 꿈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시 주석은 해외 순방 때마다 일대일로를 강조하고, 중국 당국은 차근차근 해외 거점 항구에 깃발을 꽂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인도양 거점인 파키스탄 과다르 항구를 43년간 임차하는 계약도 맺었다. 중국이 진출한 세계 주요 항구는 20여개에 달한다. 최근 중국은 경기 침체를 벗어나는 발판으로 일대일로를 활용하려는 분위기다. 실크로드 국가의 인프라 건설을 명목으로 철강·시멘트·화학 등 과잉생산 설비의 가동률을 높이려고 한다. 실크로드 국가와의 경제 협력은 미국의 대중(對中) 포위를 벗어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