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은 15일 횡령·배임·조세 포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게 1358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에 벌금 1365억원을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조 회장이 여든한 살의 고령인 데다 전립선암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정 구속은 하지 않았다. 횡령·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신용카드를 개인 용도로 쓰고서 회사 돈 16억원을 지출한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의 장남 조현준 사장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조 회장은 1998년 외환 위기 때 부실 채권을 안고 있던 4개 회사를 합병하면서 분식 회계를 통해 법인세 1200억원가량을 포탈했다. 10여 년간 효성 임직원 명의로 주식을 차명 보유하면서 배당소득을 얻고도 120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일반 시민은 상상하기 어려운 거액이다.

조세 포탈액이 200억원 이상이면 법원 양형 기준의 권고 형량은 징역 5년 4개월~12년이다. 조 회장이 포탈한 1358억원은 권고 형량 중 가장 무거운 형량을 때릴 수 있는 액수다. 징역 3년의 형량이 너무 가벼운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처음부터 조세를 포탈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워 형을 줄였다고 했다. 그러나 조세 포탈이 장기간 지속됐는데도 의도가 없었다고 보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법원은 최근 재벌 총수들을 무겁게 처벌해왔다. 과거 하나같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재벌 오너들을 풀어줘 '유전무죄(有錢無罪)'란 비판을 산 데 대한 반성이었다. 지난달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근육이 위축되는 치명적인 유전병을 앓고 있는데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은 그런 흐름에서 벗어난 것이다.

[[사설] 새 인물도 새 정책도 없는 새누리당, 무슨 배짱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