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 중문판은 14일 "미국이 남중국해 인접국인 필리핀에 8곳의 군사기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영유권 분쟁이 뜨거운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할 군사 교두보를 마련한 것이다.

이 매체는 "필리핀이 미국에 제공하는 군사기지 중 3곳은 남중국해와 연결된 서부 팔라완섬(2곳)과 미군 클라크 공군기지가 있던 루손섬(1곳)에 들어선다"고 전했다. 나머지 5곳의 위치는 양국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군의 필리핀 귀환은 12일 필리핀 대법원이 미국과 필리핀이 지난해 체결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합헌'이라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1992년 개헌(改憲)을 통해 외국 군대 주둔을 금지했지만,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자 다시 미군을 끌어들인 것이다.

[ 갈수록 격화되는 '남중국해 분쟁' 발생 원인과 과정은?]

미국은 필리핀 철수 24년 만에 다시 수비크만 해군기지와 클라크 공군기지 등 옛 태평양 기지를 되찾는다. 수비크만 해군기지는 미 군함 100여 척이 기항할 수 있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미군은 8곳 군사기지 외에 루손섬에 있는 민간 부두 시설과 활주로 사용을 희망한다"고 했다. 그동안 미군은 합동 군사훈련을 위해 최장 14일까지만 필리핀에 주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병력을 장기간 배치할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과 필리핀은 워싱턴에서 외교·국방장관이 참석하는 '2+2 회담'을 개최해 양국의 군사·외교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담에선 미국의 '아시아 복귀' 전략에 힘을 실어주고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할 수 있는 군사적 방안을 논의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남중국해 항행 자유를 둘러싼 중국과의 마찰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은 남중국해 개입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방위성은 현재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 중인 자위대 P3C 초계기가 일본으로 귀환할 때 남중국해의 필리핀·베트남 기지 등을 거치도록 할 방침이라고 요미우리 신문이 전했다. 지금까지는 남중국해에서 떨어진 싱가포르·태국을 중간 급유지로 이용했다. 최근 미국과 가까워진 베트남도 이날 자체 개발한 장거리 무인 정찰기와 러시아제 잠수함을 남중국해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연초부터 남중국해는 '미·일 대 중국'의 힘겨루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며 "동아시아 정세는 북한 핵실험, 동·남중국해 충돌 등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