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 상(賞)이 칠레의 사회적 건축가 알레한드로 아라베나(48·사진)에게 돌아갔다. 역대 최연소이자 칠레의 첫 프리츠커 수상자로 남미에선 네 번째다. 프리츠커상은 미국의 프리츠커 가문이 소유한 호텔 그룹인 하얏트재단이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생존 건축가를 기린다"는 취지로 1979년 제정한 상이다. 매해 시상하며 역대 수상자로는 안도 다다오, 자하 하디드, 노먼 포스터 등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있다.

하얏트재단 톰 프리츠커 회장은 13일(현지 시각) "아라베나의 건축물은 저소득층에 경제적 기회를 줬으며 자연재해의 영향을 완화했다"며 "건축물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따뜻한 공공장소를 제공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더불어 "건축물이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엘레멘탈이 2004년 칠레 이키케에 지은 집. 건물의 황토 색깔 부분은 거주자가 살면서 증축한 부분이다.

아라베나가 운영하는 건축 프로젝트 그룹 '엘레멘탈'은 2004년부터 정부 보조금을 활용해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을 지어왔다. 칠레 이키케 지역 30년 된 슬럼가에 100가족을 위해 지은 집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집의 뼈대를 지은 뒤 거주자들이 필요에 따라 내부를 증축할 수 있게 했다. '일하면 집 크기를 늘릴 수 있다'라는 동기 부여를 통해 저소득층이 중산층으로 올라설 수 있도록 자립심을 길러줬다. 참여형 건축으로 이뤄진 집들은 '반쪽짜리 좋은 집(half of a good house)'이라고 불린다.

'엘레멘탈'은 2008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았으며 2010년 칠레 대지진 이후 도시 복구와 재건설에 이바지했다. 아라베나는 올해 15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 전시 총감독으로 선정됐다.

모교인 칠레 산티아고의 폰티피카 가톨릭대학 건물들,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중국 상하이 지점 과 미국 텍사스주 세인트 에드워드대 기숙사 등도 디자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