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월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으로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했다. 김 신임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로 불렸다. 그는 한때 안철수 의원의 정치적 멘토로도 활동했다. 이런 김 위원장이 분당(分黨) 사태로 흔들리는 더민주의 총선 사령탑을 맡은 것이다.

그는 1981년 민정당 전국구로 정계에 입문한 뒤 여권에서 세 번 전국구 의원을 지냈지만, 2004년엔 반노(反盧) 성향의 새천년민주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를 했다. 2012년 다시 여권으로 돌아와 박 대통령의 경제 민주화 등 핵심 공약 개발을 주도했다. 그러나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 민주화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하면서 여권과 멀어졌다.

외부 인사 영입에 공들여 온 더민주로서는 김 위원장 영입이 선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로 여권에서 활동했던 김 전 의원이 이념과 체질이 완전히 다른 더민주에서 얼마나 독자적 목소리를 내면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금 더민주는 호남·비주류의 잇단 탈당으로 친노(親盧)·운동권 정당의 색채가 더 강해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새로운 정책 노선을 제시하면서 인적 쇄신과 당 체질 개선도 동시에 해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진 것이다. 새 인물 영입으로 친노·운동권 정당에서 벗어나고 당의 이념과 색깔도 바꾸는 모습을 보여야 총선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강경 진보 성향의 더민주 주류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경제적으로는 다소 진보지만, 외교·안보 등은 보수 성향이다. 자기 생각과 주장도 강한 편이어서 박 대통령과도 갈등을 빚었다. 과거엔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 대표를 비판하기도 했다. 친노 주류와 정책·노선·공천을 놓고 대립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것이다. 만일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인적·정책적 쇄신도 이뤄내지 못한다면 '김종인 선대위'는 실패작이 되고, 김 위원장도 친노의 일회용 얼굴마담이나 총선용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사설] 한상진의 이승만·박정희 평가, 이런 상식이 큰 흐름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