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제4차 핵실험 도발 등 대내외 긴박한 상황을 계기로 13일 취임 이후 다섯 번째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지난해 8월 6일 ‘경제 재도약을 위해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란 제목으로 경제 재도약과 노동개혁 등 4대 개혁 추진 협조를 호소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지 5개월여 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30여분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뒤 이어진 기자회견은 오후 12시 10분경까지 이어졌다.

이날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의 키워드는 ‘경제’와 ‘안보’, ‘국회’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밝은 표정으로 새해 인사를 했지만, 담화문 본문에 들어가선 최근의 안보·경제 위기를 의식한 듯 시종 결연하고 굳은 표정이었다.

박 대통령은 “안보와 경제 두 축이 동시에 위기를 맞는 비상상황” “국제사회 북핵 대응은 이전과는 달라야 할 것” “북한의 후방·국제 테러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테러방지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 “국가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 “노동개혁은 한시가 급한 절박한 과제” 등의 표현으로 시급함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국민’이란 단어를 38차례 언급했고, ‘경제’는 34차례, ‘일자리’는 22차례, ‘개혁’은 21차례 언급했다. 또 ‘북한’은 19차례, ‘국회’는 18차례, ‘노동’도 16차례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국회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담화문 말미에서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서 힘을 모아주신다면 반드시 개혁의 열매가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는 한해를 만들겠다”며 “다 함께 힘을 모아 변화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갑시다”라고 말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도 국회 이야기가 나오면 한숨을 내쉬며 노동개혁법 등 쟁점법안의 처리가 지연되는 데 대한 답답한 심경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지금 직권상정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고, 규제완화에 대한 질문에 답할 때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말하다가 “어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만들기도 겁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가벼운 농담을 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질의 기회를 얻은 기자들이 한 번에 여러 개의 질문을 하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며 웃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정색 바지에 붉은색 재킷을 입었다. 박 대통령은 결연한 의지를 밝힐 때 붉은색 재킷을 자주 입어왔다. 이 때문에 붉은색 재킷은 '전투복', 또는 '경제활성화복(服)'이라고 불려왔다. 지난해 8월 네 번째 대국민 담화 때도 박 대통령은 경제활성화복이라 불리는 붉은색 재킷을 입었다.

이날 연단 뒤에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수석 바서진,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또 내·외신 기자 110여명은 연단과 약 2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책상 없이 의자에 앉아 회견에 참여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과 달리 국무위원들은 배석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앞서 모두 4차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2013년 첫 대국민 담화 때는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고, 2014년 두 번째 담화 때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발족을 발표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가진 세 번째 담화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과하고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