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에서는 연봉 7500만원쯤 받던 정년·명예퇴직자가 올해 1832명 나온다. 그 자리를 연봉 3500만원쯤 받는 신규 교사들이 대신한다. 이에 서울교육청에서 올해 부담하게 되는 인건비는 원로 교사와 신규 교사 연봉 차액(7500만―3500만=4000만원)만큼 준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올해 예산을 짜면서 30년 넘게 교직 생활한 교사들 1832명에게 나가는 인건비 7500만원이 올해 내내 신규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것으로 계산했다. 숨어 있던 인건비 예산 610억원이 발견된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기교육청(530억원)·강원교육청(157억원) 등에서도 숨겨진 인건비 예산이 확인됐다.

교육청들은 학교 신설비 예산을 짤 때도 과다 계산했다. 서울교육청은 천이초·녹원초·가락일초 등을 지으면서 2017년까지 투입할 돈을 올해 몰아서 투입하는 것처럼 계산해 시설비에 314억원을 더 배정했다. 다른 지역 교육청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발견됐다.

교육부는 11일 "어린이집 누리과정(3~5세 무상 보육) 예산을 한 푼도 짜지 않은 서울·경기·광주·전남·세종·강원·전북교육청의 올해 본예산 상황을 분석한 결과 이처럼 과다하게 잡은 예산이 많았다"면서 "세출 예산을 조정하고, 추가 세입 예산을 반영하면 7개 교육청 모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청 7곳의 올해 '가계부'를 들여다보니 올해 들어올 돈(세입)은 적게 잡은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강원교육청은 작년에 쓰고 남은 돈(순세계잉여금)이 올해 넘어오는데 이를 세입에 잡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돈(679억원)으로만 강원도 어린이집 누리 예산 12달치 전부(659억원)를 짤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작년에 담배소비세 등이 많이 걷혀 지방세가 늘면서 지자체에서 교육청에 주는 '지자체 전입금'도 올라 교육청별 '가계부'에 추가 수익이 클 전망이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해 다시 계산했더니, 서울교육청의 경우 과도하게 잡힌 인건비·시설비(924억원)에다 순세계잉여금(1407억원)까지 포함하면 올해 어린이집 누리과정 사업에 드는 돈 3807억원 가운데 7개월치 편성이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머지 5개월치는 이후 정부 지원금(국고 예비비)과 지자체 전입금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광주·전북·전남도 각각 5개월·9개월·10개월치의 어린이집 누리 예산을 자체 재원으로 짠 뒤 나머지는 정부 지원금 등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정부는 봤다. 경기도 역시 '다른 교육청에 비해서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짤 여력은 된다'는 게 교육부 판단이다.

방학 끝난 유치원 - 11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유치원에서 선생님들이 겨울방학을 끝내고 등원한 한 어린이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 간 갈등이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 어린이집·유치원 학부모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받지 못할 위기에 놓여 있다.

['누리과정' 이란 무엇인가?]

하지만 시도교육청들은 교육부의 예산 분석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전입금' 등은 얼마가 들어올지 확정되지 않아 교육청 예산에 미리 잡아두기 어렵다는 이유 등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이미 각 교육청이 교육부의 본예산 점검 과정에서 '더 지출을 줄이기가 어렵다'고 적극 소명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