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4호선 열차가 6일 오후 운행 중 단전(斷電)으로 역과 역 사이 터널에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실내등이 꺼졌고 급히 정차하느라 전동차 밑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비상등만 켜진 객차에는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승객 800여명은 겁에 질린 나머지 문을 억지로 열고 뛰어내려 반대편 선로를 따라 대피했다. 승무원이 급히 관제센터에 다른 열차 통행을 막아달라고 했지만 반대편 차량이 이미 가까이 오고 있었다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아찔한 순간이었다.

이런 사고가 나면 승무원은 안내방송을 하고 뒤따르는 열차와 반대편 열차를 정지시킨 뒤 승객을 대피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날은 전동차 절연(絶緣) 장치가 고장나 실내등과 안내방송 장비가 먹통이 됐다고 한다. 승무원이 메가폰으로 전동차 안에 있으라고 소리쳤지만 당황한 승객들의 무작정 탈출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1호선을 시작으로 1985년 개통된 3·4호선까지 설비를 30~40년씩 써 왔다. 조금만 정비를 게을리해도 이런 사고는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 2014년만 해도 2호선 열차가 추돌했고 1호선 신호기 고장으로 전동차가 역(逆)주행하는 사고가 났다. 이번 사고를 낸 전동차도 22년이나 됐다. 국내 전동차 중에 20년 넘은 것이 24%에 이른다. 잇따르는 지하철 사고를 대형 재난의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 노후 설비를 단단히 정비하고 교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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