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에서는 노오력과 열정 페이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한다.' 지난 10월 트위터에 네티즌이 올린 글이다. 20·30대 젊은 네티즌들이 댓글을 달았다. '흙수저로 태어난 게 죄' '그래도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

고단한 청춘(靑春)의 안타까움과 분노를 담은 신조어(新造語)들이 2015년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를 점령했다. 본지는 '빅데이터로 본 2015년'이란 주제로 시장조사 및 빅데이터 분석 기관인 ㈜메트릭스와 함께 대표적 SNS인 트위터에 비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SNS 강타한 수저론과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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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금수저·흙수저(1위·19만7848건)다. 헬(hell·지옥)과 조선(朝鮮)을 합친 헬조선(2위·15만7537건)이 둘째였다. '수저론'은 계층론이다. 부자 부모, 잘나가는 부모 덕에 풍족하게 자란 사람은 금수저, 반대의 경우는 흙수저라고 부른다. 부모 재산이 20억원을 넘으면 금수저, 5억원 아래면 흙수저라는 '수저 계급표'까지 떠돌았다.

헬조선에는 웬만한 노력으로는 수저 색깔을 바꾸기 힘들다는 자조(自嘲)가 담겼다. 대학 졸업 후 7년째 학자금 대출을 갚고 있는 대기업 과장 윤모(30)씨는 "금수저 동료들은 저축을 하지만, 흙수저인 나는 취업하자마자 빚부터 갚기 시작했다. 비슷한 처지 동료들끼리 '취업해도 헬조선'이라는 얘기를 한다"라고 했다.

죽창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단어다. 본디 조선 시대 농민들의 무기였던 죽창은 SNS에서는 가진 것 없는 젊은 세대가 들 수 있는 유일한 무기로 표현된다. 헬조선과 관련된 글이 SNS에 뜨면 네티즌들은 '죽창 앞에선 모두가 평등하다'는 댓글을 어김없이 달았다. 최저 시급도 안 되는 아주 적은 보수로 젊은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뜻의 열정 페이, '요새 젊은이들은 노력이 부족하다'는 기성세대의 평가를 비꼰 노오력도 인기를 끌었다.

◇전화기는 웃고 지여인은 운다

금융 회사에서 2년째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허모(여·29)씨. 70여 회사 정규직 채용에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허씨는 자기가 지여인이라서 서류 전형 통과도 어렵다고 했다. 지여인은 지방대 출신·여성·인문대생을 뜻한다.

인문계 취업난은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인구론(인문계 졸업생의 90%가 논다) 같은 말도 만들어냈다. 반대로 취업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공계 출신은 전화기(전자전기·화학공학·기계공학 전공자)로 불리며 지여인의 부러움을 샀다. 자기소개서에 없는 얘기를 꾸며 넣어서라도 취업에 목을 매는 현상을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이라는 단어로 풍자했고, 천신만고 끝에 서류 전형에 합격했을 때 기쁨을 서류가슴(서류 합격+오르가슴)으로 불렀다.

연세대 사회학과 한준 교수는 "체감 실업률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데다 취업을 한다 해도 정규직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20·30대의 관심이 취업에 쏠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남녀 갈등 심화, 개인 취향 중시

메갈리아와 여성시대는 여성들이 주도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름이다. 일부 남성 네티즌이 저속한 여성 비하 발언 등을 하자 그 반발로 생겼다.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한남충(韓男蟲), 한국 여성을 비하할 때 사용하는 김치녀, 스시녀(일본 여성)도 유행했다. 자기 자식 귀한 줄만 아는 무개념 엄마는 SNS에서 맘충이라고 부른다.

한편 14만8200건으로 집계된 취향저격은 수저론과 헬조선 못지않게 많이 사용되며 3위에 올랐다. 젊은 세대가 자기 취향에 꼭 맞는 대상을 발견했을 때 쓰는 말이다. 빅데이터 분석 업체 다음소프트는 '취향'이 2016년 소비 트렌드를 이끄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유행보다 자기만족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