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KBS·MBC·SBS 에 채널을 1~2개씩 더 주는 지상파 다채널 방송(MMS)을 추진한다고 한다. 현재 11번 채널인 MBC를 11-1, 11-2로 나누는 방식으로 채널을 늘려준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내년 초 전체 회의를 열어 관련 법 개정을 논의한다고 한다. 작년 4월 최성준 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방통위는 지상파 방송사들의 광고 시간을 늘려주고 미래부가 통신용으로 쓰려던 1조원 상당의 주파수를 무료로 나눠주도록 유도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공짜 채널까지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방통위는 다채널 방송을 도입하는 이유를 유료 채널에 가입하지 않고 TV를 보는 저소득층에 내용이 충실한 무료 채널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 2월 다채널 방송을 먼저 시작한 EBS는 "생각보다 저소득층 수신 가구가 적다"고 했다. EBS는 그걸 핑계로 유료 채널인 케이블과 인터넷TV(IPTV)까지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같은 길을 간다면 경영이 어려운 케이블과 IPTV 채널들은 고사(枯死) 위기에 몰리고 광고 시장의 60%를 장악한 지상파 방송사들의 독점만 심해질 것이다. 오죽하면 전임 이경재 방통위원장이 "지상파 다채널을 전면 허용하면 방송산업이 다 망할 수도 있겠다"는 말까지 했을까.

방통위가 부작용이 뻔히 보이는데도 밀어붙이는 것은 '제 밥그릇 챙기기'로 볼 수밖에 없다. 방통위는 2013년 케이블과 IPTV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넘겼다. 지금 방통위 소관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 편성 채널뿐이다. 방송업계에선 방통위가 케이블이나 IPTV 채널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 소관인 지상파 방송만 키운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통위 위원들이 지상파 방송 출신 인사들의 입김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참신한 케이블TV 프로그램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의 적자는 작년 800억원이 넘고 시청률은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 시청률을 되찾을 궁리부터 해야 한다. 평균 연봉이 1억원에 육박하는 고임금 구조와 방만한 경영도 당연히 뜯어고쳐야 한다.

그런데도 방통위와 지상파 방송사들은 품질 개선과 구조조정이라는 정도(正道)는 외면한 채 채널을 늘려 광고 수입을 더 받아내려는 꼼수에는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나친 지상파 감싸기가 방송 시장을 왜곡하고 결국 그 해악이 시청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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