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 A(11·이하 사건 당시 나이)양이 지난 12일 집을 탈출하기 직전까지 2년 넘게 감금한 채 동거녀와 함께 굶기고 폭행한 인천 소녀 학대 사건의 가해 아버지(32)는 "처음엔 아무거나 주워 먹어서, 나중엔 그냥 꼴 보기 싫어서 때렸다"고 했다. 그는 A양을 체중 16㎏, 네 살배기 여아 수준의 영양실조 상태로 만들고도 경찰에 체포된 뒤 애견(愛犬)의 끼니 걱정부터 했다.

B(25)씨와 C(21)씨 부부는 생후 10개월 된 둘째 아들이 배가 고파 울자 아이 배를 차서 울다 지쳐 잠들게 하는 등 지속적으로 학대하다 2012년 1월 소장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사망케 했다. 부부는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이유를 "아이가 둘의 성관계와 인터넷 게임을 방해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D(22)씨는 고교 중퇴 후 PC방에서 같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동갑내기 여성과 함께 살다가 열아홉 살에 부모가 됐다. 그는 불화를 겪던 아내가 떠난 뒤 홀로 키우던 아이(생후 26개월)를 '잠을 제때 안 자고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집안에서 때리고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했다. 그는 이후 숨진 아이를 방치한 채 인터넷 게임을 하러 외출했고, 살해한 지 한 달 뒤 집을 보러 온 이들에게 발각될 것이 두려워 아이 시신을 집 인근 화단에 버렸다.

학대 피해 아동 특성 정리 표

부모들의 치기(稚氣) 어린 분풀이성 학대는 그뿐만이 아니다. 한 어머니(44)는 2011년부터 딸(8)을 빨래집게와 청테이프로 입을 막고 욕조에 물을 받아 물고문을 하거나 옷을 모두 벗겨 집 밖으로 내쫓는 등 3년 넘게 학대를 했다. "학교 발표 연습을 한답시고 시끄럽게 한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핑계였다. 또 다른 부모는 초등학생 아들(9)을 동생과 비교하면서 따돌리거나 장롱 안에 몇 시간씩 가두고 "너 같은 자식은 필요 없다"는 말을 남발했다. 소년이 등교를 거부하거나 돌발 행동을 자주 하자 의심한 학교 측이 부모의 정서적 학대를 의심해 신고했다.

아동 학대 상담원들은 "부모로서 최소한의 의무를 배우지 못한 철부지 아빠·엄마가 일으키는 학대의 심각성을 현장에서 절감한다"며 "아동 보호 책임과 학대 예방 등을 가르치는 '부모 소양 교육'을 결혼·출산을 앞둔 예비 부부·부모에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가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와 가족의 가치를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동 학대 행위자에 대한 교육 지원 서비스는 지난해 9월 아동학대특례법이 적용된 이후 강화돼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중심으로 무료 상담·교육을 제공하지만, 여전히 의무 사항은 아니다. 정익중 이화여대 교수는 "가해자에게 일정 기간 치료·상담·교육을 무조건 받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정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 학대 행위자 다수가 정서 조절 능력이 부족해 작은 스트레스 요인에도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다"면서 "가해자에 대한 장기 훈련과 개인·집단 훈련 프로그램 등으로 재학대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원도 아동 학대 가해자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할 때 200시간 이내 재범 예방에 필요한 수강 명령 또는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가해 부모에 대한 1~3개월 심리 치료나 선고 후 200시간 교육 이수로는 학대 벽(癖)을 완전히 고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명숙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 이사(변호사)는 "아동학대에 대한 사법 처벌 수위가 낮은 현실에서 가해 부모가 형기를 마쳤거나 교육을 이수했다는 명분만으로 아이를 돌려보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기현 성균관대 교수도 "가해자의 학대 정도가 심했거나 재양육 준비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을 경우 양육에 복귀시켜선 안 된다"며 "가족 간 재결합을 판단할 절대적 기준은 아이가 행복할지 여부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대와 훈육을 혼돈하는 부모의 인식 전환이 학대 예방의 제1 조건이라고 말한다. 홍창표 아동보호전문기관 팀장은 "아이 행동에 화난 상태 또는 복수하려는 마음에서의 체벌이나, 공포심을 일으키고 신체에 해를 끼치는 체벌은 명백한 학대"라고 말했다. 아동 학대는 신체적 체벌에 국한해선 안 되며 욕설이나 다른 또래·남매와 비교해 폭언을 하는 등의 정서적 학대, 옷·끼니 등을 제때 제공하지 않는 방임도 엄중히 다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