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협상을 앞두고 일본 측은 집요하게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 이전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소녀상 이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27일 "20년이 넘도록 수요일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 모였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 세운 소녀상을 옮기는 일은 불가능하다"며 "소녀상은 정대협도 어쩌지 못하는 사회 공동의 존재"라고 했다.

일본 언론에선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진전이 있으면 한국 정부가 소녀상을 이전하는 방향으로 시민단체를 설득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왔고, 우리 정부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했다. 정부는 소녀상 문제는 일본이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위안부 해결책을 먼저 내놓으면 이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26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서 대책회의를 가진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윤 대표는 "회담의 전제 조건으로 소녀상 이전을 내걸고 일본의 사과를 끌어낸다면 그건 사과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대협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일본이 정부 차원에서 책임을 인정하고, 번복할 수 없는 공식적인 방식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녀상은 정기 수요 시위가 1000회를 맞은 2011년 12월 정대협이 주도한 시민 모금을 통해 일본 대사관 앞에 설치된 이후 위안부 문제의 '상징물'로 떠올라 해외에도 널리 알려졌다. 그러자 일본은 "소녀상은 대사관의 보호 등을 규정한 빈 협약에 저촉된다"는 논리까지 동원해 철거를 요구해왔다. 빈 협약 22조 2항은 '국가는 외국 공관의 안녕을 교란시키거나 품위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본은 '소녀상 이전'으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는 시각적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