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살 A양이 2년 넘게 감금된 채 아버지와 그 동거녀에게 학대당하다 탈출한 사건은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매 맞고 굶주린 아이의 몸무게는 16㎏에 불과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A양 사건은 주변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A양은 이전에도 한 차례 탈출한 적이 있지만 그를 본 행인이 그냥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학교 관계자와 이웃의 신고도 단 한 건 없었다. 아이가 2년이나 의무교육 과정에서 사라졌는데도 교육 당국과 지자체는 별다른 조사와 조치를 하지 않았고 이웃도 무관심했다. 의사·교사를 비롯한 24개 직군은 아동 학대 의심만 가도 신고하게 한 아동학대특례법이 무색하다.

A양 사건을 계기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에만 특별한 이유 없이 석 달 이상 장기 결석해 학업유예 처분을 받은 초등학생이 106명으로 파악됐다. 또 다른 아동 학대가 벌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전국 초등학교 장기 결석 아동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적발된 가해자의 82%는 부모였고 대부분 집 안에서 학대가 벌어졌다. 더구나 학대받는 아이가 신고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누군가의 신고가 없으면 적발하기 어려운 구조다.

아동 학대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주변 관심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선 남의 집 일이라고 상관하지 않거나 나중에 두려운 일이 생길까 봐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구 1000명당 아동 학대 발견율이 1.1로, 미국 9.1이나 호주 17.6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이래선 제2의 A양 사건을 막을 수 없다.

선진국은 교사와 이웃이 아동 학대를 적극적으로 신고하도록 유도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을 한다. 호주에선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가 집 대문을 혼자 열쇠로 열고 들어가는 것을 이웃이 목격하면 신고하게 돼 있다. 미국은 주(州)에 따라 부모가 8~16세 이하 아이를 집에 혼자 있게 하면 처벌한다. 아동 학대는 잊을 만하면 또 터지곤 한다. 잠시 들끓다가 흐지부지되는 일을 더 이상 반복해선 안 된다. 이번에 제대로 된 아동 보호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정부와 학교, 지역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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