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 비리 합동수사단이 영국제 해상작전헬기 와일드캣 도입과 관련해 허위 공문서 작성을 지시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최윤희 전 합참의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군 최고위직인 합참의장 출신이 법정에 서는 것은 1996년 경전투헬기사업 비리로 기소됐던 이양호 전 국방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와일드캣은 천안함 폭침 이후 고성능 대잠 작전헬기가 필요하다고 해 1조3000억원을 들여 도입하기로 한 무기다. 도입 과정에서 반드시 실물 평가를 거쳐 성능을 확인하게 돼 있었다. 하지만 와일드캣은 실물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 성능 확인이 불가능했다. 최 전 의장은 해군 참모총장 재임 시절인 2012년 이런 보고를 받고도 해군 전력기획 참모부장 박모 소장에게 "문제없이 통과시키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최 전 의장과 무기거래상 함태헌씨의 유착 관계 때문이란 것이 합수단의 판단이다. 합수단에 따르면 와일드캣을 중개한 함씨는 최 전 의장 부인 및 아들과도 친분을 쌓았다. 최 전 의장의 부인 김모씨는 함씨가 운영하는 식당을 수시로 공짜로 이용했다. 함씨는 김씨가 다니는 절에도 같이 가서 김씨 권유로 2000만원을 시주하기도 했다. 김씨는 박 소장에게 "미국 것은 절대 안 돼. 총장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해"라며 압력을 넣었다고 한다. 이 부인이 와일드캣 도입이 결정된 후 주변에 "함씨가 인사할 텐데 얼마를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최 전 의장의 아들도 함씨로부터 약 2억원의 사업 자금을 지원받기로 하고 작년 9월 우선 2000만원을 받았다. 무차별적으로 대상을 찾는 방산 로비는 군 지휘부는 물론 그 가족들에게까지 손을 뻗친다. 실제 참모총장 부인이 담당자에게 1조원 넘는 무기 도입 사업에 대해 압력을 넣었다니 할 말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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