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 지원 안내서' 배포]

지난 5월 김모(42)씨는 오랫동안 별거했던 아내 심모(40)씨 집에 들렀다가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심씨가 자신의 몸을 청테이프로 묶은 뒤 유혹했고, 강제로 성관계했다는 주장이었다. 심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검찰은 지난 10월 심씨를 강간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보다 앞선 2013년 해병대 이모 상병은 후임 병사 3명과 야간 경계초소 근무를 나갔다가 후임병들을 성추행했다. 이 상병은 초소 안에서 후임들 몸을 더듬고, 유사성행위를 요구하는 등 20여 차례에 걸쳐 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고등법원은 이씨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과 신상정보 2년 공개를 명령했다.

이처럼 성인 남성의 성폭력 피해 사례가 점점 늘면서 17일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성인 남성들의 성폭력 피해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성인 남성 성폭력 피해 지원 안내서'를 전국 36개 해바라기센터에 배포하기로 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피해자 중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3.8%에서 지난해 5.1%로 1.3%포인트 늘었다. 이 가운데 21세 이상 성인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이었다. 전체 성폭력 피해자 100명 중 2.5명이 21세 이상의 성인 남성이라는 얘기다. 또 한편 성인남성의 성폭력 피해 건수는 2011년 474건에서 2014년 603건으로 늘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 남성에 대한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성폭력 피해 지원 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치료를 받은 성인 남성은 2013년 65명, 2014년 72명, 2015년 54명 등으로 전체 남성 치료자의 10% 미만에 머물렀다. 피해를 당하였을 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0명 중 9.5명이었으며, 도움을 청하더라도 경찰 등 전문가보다 이웃·친구에게 요청하는 경향이 많았다.

특히 남성 성폭력 피해자들은 피해를 당한 후 주변으로부터 성적 정체성을 의심받거나 남자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는 2차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남성들은 타인에 대한 혐오와 불안(70.3%) 등을 주로 호소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이번 안내서 발간은 '성인 남성'에 초점을 두고 남성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한 첫 시도"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