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올해 세 번째 가계 부채 대책을 내놓았다. 집을 사려고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소득 증명 서류를 제출하게 하고 빌린 돈은 1년 안에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500조원에 육박하는 주택 담보대출의 고삐를 조이려는 조치이다. 그동안 방치하다가 더 이상 견디기 힘든 한계점에서 뒤늦게야 나선 셈이다. 게다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분양할 때 청약자들이 받는 집단 대출(전체 주택 담보대출의 27% 차지)은 아예 빠져 효과가 반감(半減)될 것이다.

가계 부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720조원에서 올 연말 1200조원으로 7년 새 50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미국과 일본이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허리띠를 졸라맨 것과 반대로 정부는 주택 대출을 풀어 부동산 경기를 살리는 정책을 펴왔다. 가계 부채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리고 대출 규제는 풀어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지핀 정부 책임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비수도권 지역에 대해서는 총선(4월 13일) 이후인 내년 5월에 대출 규제에 나서겠다고 했다. 아직도 정부가 정치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책은 미국의 금리 인상이 코앞에 닥친 시점에 나왔다. 앞으로 국내 금리가 연쇄 상승할 경우 가장 충격받을 계층이 저소득층이다. 무엇보다 이에 대한 대책이 전혀 보이지 않은 점이 실망스럽다. 소득 수준 상위 40% 계층이 빌린 주택 대출은 담보가 있어 당장 금융사 손실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하위 계층이 주로 빌린 생활자금 대출이나 제2금융권 신용 대출은 금리가 올라가면 곧바로 저소득층의 상환 능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빚 갚을 능력이 약한 서민층이 파산 상태에 몰리고, 이로 인해 금융회사 부실이 늘어나는 상황이 우려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저소득층 부채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서민층 빚 부담을 덜어주는 채무 조정 제도의 수혜 대상과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현재 저소득층의 빚 30~40%를 탕감해주고 남은 빚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제도를 더 확대해 저소득층이 적극적으로 이 제도를 활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미국발 금리 인상 같은 외부 충격은 항상 가계 부채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흔든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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