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은 13일 "지금 야당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 수 없다"며 1년 9개월 전 자신이 '공동 창업주'로 참여했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다. 안 의원은 "정권 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며 신당(新黨) 창당을 예고했다. 문병호 의원이 오는 15일쯤 추가 탈당하기로 하는 등 제1야당은 분당(分黨)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안 의원 측은 "탈당은 야권의 분열이 아니라 기존 여야(與野) 양당 구도 대신 다당(多黨) 구도로 가는 정치 변화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 측은 작년 3월 민주당과의 합당 때 "맨손으로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심정"이라고 했었다.

안철수 의원이 13일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국회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지금 야당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 수 없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그대로 머물러 안주하려는 힘이 너무도 강하고 저의 능력은 부족했다"며 "지금 야당은 세상을 바꿀 수도, 정권 교체의 희망을 만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에서도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며 "이제는 허허벌판에 혈혈단신 나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호랑이 등에서 내릴 순 없다"며 안 의원 탈당에 상관 없이 '물갈이 공천' 추진 방침을 밝혔다.

안 의원의 탈당은 단순히 의원 한 명이 야당을 떠났다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안 의원은 그동안 '낡은 진보 청산'이라는 자신의 혁신안 관철을 위한 전당대회 개최를 명분으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었고 문 대표는 거부해 왔다. 두 사람은 모두 '혁신'을 명분으로 걸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정의당을 포함하는 진보 강화 전략이란 측면에서의 혁신을 말했고, 안 의원은 중도층 흡수를 통한 탈(脫)이념 정당 전략을 추구했다. 이 때문에 안 의원 탈당이 '진보 야당'과 '중도 야당'으로의 분화(分化)로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이날 당장 야당 비주류들은 현재의 새정치연합을 '친노(親盧)·운동권 정당'으로 규정하며 맹공에 나섰다. 문병호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사망선고를 받았다. 친노 패권과 독선을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20~30명이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惡緣이었다 - 안철수 의원이 2012년 12월 1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야권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표에게 노란색 목도리를 매주고 있다.

[심상정 "안철수 탈당은 혁신 경쟁 아닌 공천권 다툼" ]

안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야권 중심 세력의 교체를 시도하고 이를 기반으로 2017년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등과는 일단 거리를 두면서 야당 내 탈당 의원들 및 장외 세력은 물론 여당 일부 세력까지 규합하기 위한 정지(整地)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안 의원 측은 "1차는 야권 재편이지만 궁극적으로 정치권 재편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야는 모두 안 의원의 탈당을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주류 의원들은 "야권 분열은 새누리당만 좋은 일 시켜주는 것"이라고 했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총선을 겨냥해 야권 단일화를 준비하려는 정치적 제스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