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드 실바(맨체스터 시티)에게서 '너 미쳤니?'라는 소리를 듣고 한국 왔어요. 어제 실바에게 '1부 리그 선수가 된 것을 축하한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지난 8월 스페인 프로축구 1부 리그인 라리가에서 89경기를 뛴 베테랑 미드필더가 '미친 도전'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한국에 왔다. 그것도 K리그 클래식(1부 리그) 수원 삼성이 아니라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수원 FC였다. 연령별 스페인 대표팀을 두루 거치며 세스크 파브레가스(첼시), 다비드 실바와 함께 2003년 17세 이하 월드컵 준우승을 이끈 주역 시시 곤살레스(29). 10년간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뛰었던 그에게 한국 축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8일 경기도 수원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시시는 "수원 FC에서 즐겁게 축구했고, 1부 리그 승격의 기쁨도 함께했다"면서 웃었다. 수원 FC는 지난 5일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부산 아이파크를 꺾고 K리그 클래식으로 올라왔다.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에서 만난 프로축구 수원FC의 시시 곤살레스가 팀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페인 라리가에서 89경기를 뛴 베테랑 미드필더 시시는 올해 8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며 수원FC로 이적했다. 그는 19경기를 뛰며 팀의 1부리그 승격을 이끌었다.

그의 눈에 비친 한국은 신기한 나라였다. 적어도 관중 2만명이 넘는 경기장에서 축구를 했던 시시는 처음 접한 텅 빈 관중석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 2부 리그의 스탠드는 관중이 몇백 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1부 리그 관중석도 2000~3000명에 불과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는 "한국 팬들은 국가대표 경기에 열광하던데 왜 여기엔 관중이 없는 거냐"면서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빈 축구장 스탠드를 본 일이 없다"고 했다. 그는 "스페인 아버지들에겐 가족보다 축구가 더 소중한데, 한국 아버지들은 다른 것 같다"면서 웃었다. "스페인은 축구 역사가 100년을 넘었지만, 한국은 아직 (프로축구 역사가) 짧아서 그렇겠죠. 하지만 팬들이 더 많이 경기장을 찾아줘야 우리 선수들도 힘이 납니다."

반대로 한국의 골프 열기는 놀라울 정도라고 했다. "스페인에선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에 가야 스크린 골프장을 볼 수 있어요. 여기선 모든 도시에 스크린 골프장이 있더군요." 골프가 취미인 그는 수시로 동료들과 함께 스크린 골프장을 찾아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한다. 편의점으로 대표 되는 '한국의 24시간 문화'도 시시에게는 놀라운 풍경이었다.

한국 선수들의 열정만큼은 그에게 '문화 충격'이었다. 유럽에서는 하루 3~4시간 팀훈련을 했는데, 이곳 선수들은 새벽 6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특히 선수 전원이 합숙 생활을 하고, 감독(조덕제)이 직접 연습경기에서 선수들과 뛰는 모습도 낯설었다. 한국 선수들로부터 '멘탈의 힘'도 배웠다. "한국 선수들은 코치와 감독에게 예의 바르고, 늘 팀을 먼저 생각합니다. 유럽에선 훈련도 생활도 선수 개인이 우선이었어요. 하나의 팀을 만드는 힘을 한국에서 배웠습니다."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바야돌리드에서 뛰던 시시의 모습(맨 오른쪽).

시시는 "처음엔 선수들이 다들 비슷하게 생겨서 분간하기 어려웠다"면서 "방금 인사를 나눴던 동료에게 다시 인사하다 놀림을 당했다"고 했다. 시시는 구단에서 제공하겠다는 스페인 특식을 거절하고 한식 식사를 함께할 만큼 선수들과 가까워졌다. FC바르셀로나 소속의 이승우가 지난달부터 수원FC에서 훈련을 함께하면서 시시는 부쩍 말이 많아졌다. 혼자 사는 그에게 스페인어로 대화할 상대가 생긴 덕이다.

"축구는 제 인생의 선생님(teacher)입니다. 축구 덕분에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를 알았고, 이곳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습니다."

시시의 계약은 내년 8월까지다. 그는 삼계탕을 좋아하고, 한국 가요 중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라는 노래를 즐길 만큼 이곳에 적응을 했다. 그는 어설픈 한국어로 노래 시범을 보여줬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