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발견! 모~든 김칫국물에 아지노모도를 치면 맛이 천하일품 됩니다.'

1933년 11월 12일 신문에 조미료 광고가 실렸다. 환하게 웃으면서 김치를 담그는 여인들 그림 옆으로 큼직하게 '味の素(아지노모도)'라고 써 있다. 1910년 일본 조미료 회사 아지노모토가 경성에 특약점을 열고 1930년대부터 적극적으로 경영하면서 '맛의 혁명'을 가져왔다.

전시장에 밥상이 들어왔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천진기)이 올해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일본 국립민족학박물관과 함께 여는 '밥상지교[飯床之交]' 특별전이다. 9일 개막하는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최근까지 약 1세기에 걸친 한·일 양국의 음식 교류와 변화상을 조명한다. '미원' '미풍' 등 조미료와 일제 코끼리표 전기밥솥, 시대별 라면 등 실물 자료, 광고와 인터뷰 영상이 펼쳐진다.

전시장 한복판에 재현된 식당 바(bar). 한국의 불고기가 일본으로 전해져 ‘야키니쿠’로 바뀌고, 일본의 ‘오뎅’이 우리나라에서 어묵으로 바뀌어 정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개항 이후 외래 문물이 들어오면서 '돈가츠'나 '카레' 같은 일본식 양식이 들어왔고, '오뎅' '덴푸라' '스시' 같은 일본 음식이 국내에 소개된다. 조미료와 양조 간장 등으로 맛이 획일화되는 과정, 1960년대 초 정부가 주도한 혼·분식 장려 운동 관련 자료도 볼 수 있다. 1957~1962년 농사원 교도국에서 만든 책 제목은 '감자로 고추장을 담가 봅시다'. 식량을 절약하기 위해 쌀 대신 감자를 이용해 고추장을 담그는 방법이 소개됐다.

전시장 곳곳에 식당과 바(bar), 마트 등을 재현해 꾸민 '체험형 전시'다. 테이블 위의 음식을 누르면 일본의 한국 식당과 서울의 이자카야로 화면이 바뀌고, 1980년대 정동에 있던 경양식집 '이따리아노'의 홀도 고스란히 재현했다. 내년 2월 29일까지. (02)3704-31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