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광장과 종로 일대에서 열린 2차 '민중 총궐기' 집회·행진이 예상대로 큰 충돌 없이 끝났다. 1차 시위 때 도심 난동을 벌인 세력들이 다시 모였지만 불법 폭력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다는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이들의 도심 행진으로 주말 교통 체증이 심각해지는 문제는 여전했지만 난동이 없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다. 이처럼 법을 지켜 평화적으로 집회하고 시위하면 막을 이유도 없고 충돌도 벌어질 까닭이 없다.

그런데 2차 집회가 끝나면 조계사에서 나가겠다고 스스로 공언했던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어찌 된 일인지 6일까지 나가지 않고 버티고 있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5일 밤 한 위원장을 두 차례 만나 2차 집회가 끝났으니 나가달라고 요청했으나 한 위원장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조계사 신도회 소속 신도들이 "빨리 나가달라"고 요구했을 때 한 위원장은 "6일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했었다.

한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6일 퇴거에 대해) 고민 중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내 의지대로 되는 부분이 아니라 장담하기 어렵다"고 했다. 며칠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말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6일 노동 개혁 입법 저지를 내걸며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했는데, 한씨는 그 핑계로 조계사에서 더 버티겠다고 나올 수도 있다. 불교 내 일부가 5일 시위가 무사히 넘어간 것을 명분으로 자신들을 지지하고 나설 수 있다는 계산도 할 것이다.

한씨나 민노총은 법(法)이란 것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래서 법치(法治)를 멋대로 조롱한다. 한씨는 조계사 안에서도 "국가 권력의 폭력에 맞서는 모든 행위는 정당방위"와 같은 앞뒤가 뒤바뀐 말이나 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불법을 저지르고 도망가는 피신처로 이용해온 조계사와의 약속까지 팽개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씨 같은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여론이다. 여론이 돌아서면 야당이 자신들의 뒤를 봐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5일 시위가 충돌 없이 끝난 것도 이 때문이다. 한씨가 스스로 조계사에서 걸어나와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면 신도들이 나서 그를 조계사 밖으로 내보내는 수밖에 없다. 그것으로 민심과 여론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보여주지 않으면 이들의 폭력 난동은 끝나지 않는다.

[[사설] 文·安 이젠 정말 봉합하든지 갈라서든지 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