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오후 7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호프집을 하는 김모(54)씨는 테이블이 비어 있는데도 들어오는 손님들을 내보내느라 진땀을 뺐다. 이날은 서울대 학생 50여명이 종강(終講) 파티를 하겠다고 예약한 날이었다. 하지만 오기로 한 시간이 30분이 지났지만 학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속이 타들어간 김씨가 예약한 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미 다른 가게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 학생은 "못 가게 됐으니 그냥 다른 손님을 받으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김씨는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지만 아무 소리 하지 못했다. 김씨는 "그냥 손해를 보고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식당 업주들 "노쇼는 생존 위협"]

대학가(街) 식당이나 술집 업주들은 "'노쇼(No-show)' 대학생 손님들은 우리에겐 '갑(甲)'"이라고 말한다. 고객층이 대학생으로 한정돼 있는 탓에 이들과 얼굴을 붉혔다가 학생 사회에 잘못 소문나면 장사를 접어야 할 정도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호프집을 하는 한 상인은 "대학가 상인들 사이에선 '한 번 잃은 고객, 5년 동안 못 본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대학가 상인들은 "대학생들이라 자유분방해서인지 예약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을 좀처럼 갖지 않는다"고 했다. 신촌의 한 주점 주인 이모(52)씨는 "예약해놓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는 물론 20~30명이 올 거라 해놓고는 정작 절반도 안 오는 경우가 많아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서울 성북구 안암동 대학가에서 고깃집을 하는 한 업주는 "배울 만큼 배운 대학생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인 만큼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노쇼 행태에는 더 배우고 덜 배우고가 없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