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로스쿨 도입에 따라 2017년 폐지하기로 했던 사법시험을 2021년까지 4년 더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시 폐지 관련법은 2009년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다 사시가 '개천에서 용 나는 길'이란 식의 폐지 반대 여론이 많아지자 돌연 정책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4년 뒤에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게 뻔하다. 그저 폭탄을 다음 정부로 넘긴 것이나 마찬가지다.

법무부는 "사시 폐지가 기본 입장이고, 유예 기간 동안 사시 폐지에 따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 대안으로 별도의 시험에 합격하면 로스쿨을 나오지 않더라도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사시와 다를 게 없다. 로스쿨과 사법시험이 함께 가는 기이한 구조는 누가 봐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런 식으로 눈앞의 곤란한 상황만 모면하고 다음 정부에 떠넘기려 한다면 정부로서 자격이 없다.

1995년 논의가 시작돼 2009년 도입된 로스쿨 체제는 사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사시가 시험 볼 자격을 특별히 제한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고시 낭인(浪人)' 등 국가적·개인적 낭비를 초래하고, 합격한 소수가 지나친 기득권을 누린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시 체제로는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이 국민에게 폭넓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논의도 있었다. 변호사 수를 늘려 법률 비용을 낮추자는 요구도 많았다. 상식 밖의 높은 수임료는 사시 출신 법조계 독점 구조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도입하기로 한 것이 로스쿨이다. 그런데 도입 6년 만에 정부가 입장을 번복한다면 국가 정책의 신뢰성은 뭐가 되며, 그로 인한 혼란은 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로스쿨에 여러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다. 주로 있는 집 자녀들이 판·검사가 되거나 대형 로펌으로 간다는 불만이 퍼지면서 '현대판 음서(蔭敍)제'란 지적도 받고 있다. 몇몇 지각 없는 정치인들이 로스쿨 관련 추문을 만들어 여론이 더 나빠졌다. 하지만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다수 배출되면서 국민이 내야 하는 변호사 비용이 낮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공계 출신 등 여러 전공을 가진 학생들이 로스쿨에 진학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법조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시 대(對) 로스쿨의 갈등은 기본적으로 밥그릇 싸움이다. 사시 폐지를 유예한 법무부 관계자들 전부가 사시 출신들이다. 사시 출신 법조계 인사 중엔 로스쿨 제도로 변호사 숫자가 크게 늘어나 수임 사건과 수임료가 줄어든 것에 반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법무부 결정에 이런 배경이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 [사설] 노동개혁·反테러 법안 처리 약속 반드시 年內 지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