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영재를 발굴·교육하기 위한 과학영재학교 중 의대 진학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어디일까.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 외고·과학고·영재고 진학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서울과학고 등 영재학교 4곳의 졸업생 1829명 중 8.7%인 154명이 의예계열 대학에 진학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재학교(英才學校)는 과학 영재를 발굴하고 교육하기 위해 정부가 설립한 학교다. 현재 국내 영재학교는 한국과학영재학교(부산), 서울과학고, 대구과학고, 경기과학고, 대전과학고, 광주과학고가 있다. 여기에 지난해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가 개교했고, 내년에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새로 문을 열고 신입생을 받는다. 기존 과학고에서 영재학교로 전환한 학교들은 '과학고'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률은 학교별로 차이가 컸다. 2015년 기준 서울과학고는 졸업생의 19.3%가 의예계열로 진학했다. 5명 중 1명꼴로 의대에 간 셈이다. 대구과학고는 졸업생의 10.1%, 경기과학고는 9.6%가 의예계열에 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지난해 의대에 간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유기홍 의원실 측은 "광주과학고와 대전과학고로부터 졸업생의 진학자료를 받지 못했고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는 아직 졸업생을 배출하지 않아 자료에서 빠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학교에서 의대 진학률이 2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재학교의 설립 취지에 맞게 이공계 진학률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에서 매년 수십 억원의 지원금을 받는 영재학교가 과학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와 다르게 학생들이 의대로 진로를 바꾸는 것을 내버려두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한국과학영재학교처럼 입학 때부터 학생들의 의대 진학을 막는 것을 제도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학영재학교는 지난 5년간 졸업생의 의대 진학률이 1%도 되지 않는다. 이 학교는 입학상담회 때부터 학생과 학부모에게 의대 진학 희망자는 입학을 포기하라고 권고한다. 재학 중에는 의대 추천서를 써주지 않는다. 의대 진학자에게는 정부로부터 받은 장학금이나 교환학생 지원금 등을 환수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관계자는 "우리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하지 않으면, 이 교육을 받기 희망했던 다른 학생의 기회를 빼앗는 꼴"이라며 "이런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학부터 졸업까지 학교 설립 취지에 맞는 교육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재수생의 의대 진학까지 막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따로 준비하거나 중학교 교사에게 추천서를 받는 일도 있는데 이는 학교 차원에서 대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한국과학영재학교·서울과학고·대구과학고·경기과학고 졸업생 1829명 중 61명이 대학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들은 해외로 유학가거나 따로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과학영재를 위해 특별히 지원하는 건 학생들 개인뿐 아니라 사회에 발전에 이바지할 것을 기대하는 것인데 이런 학생들이 이공계로 진학해 전공을 살리도록 엄격한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