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요즘 북한이 대화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초청하는가 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끝난 이후 묵묵부답이었던 남북 당국자 대화도 하자고 한다. 왜 북한이 갑자기 대화 공세로 나오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고, 각각의 해석에 따라 우리의 대응 방법도 달라진다.

회담이 재개되고 어떤 논의가 오가는지 봐야 북한의 의도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볼 때 북한의 대화 제의는 북한이 처한 국제적 고립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진정성 없는 전술적 움직임으로 보인다. 과거의 예를 보면 북한은 대화 부재나 불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 왔다. 위기와 긴장을 조성한 뒤 대화를 제의해 상황을 반전시키거나 다양한 대화 제의를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했다. 북한은 나름대로 자신감이 있고 믿는 것이 있을 때 위기 상황을 조성했다. 반대로 상황이 절대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판단이 섰을 땐 대화를 택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현재 상황은 매우 불리하다. 유일한 동맹국 중국과의 관계는 소원하다. 미국은 북한 문제에 관심이 없고 심한 대북 불신에 차 있으며 대화보다는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일본과는 납치자 문제 해결 지연으로 관계 개선이 막막한 상태다. 러시아의 역할은 미미하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도발을 감행하면 대북 5자 협력 구도를 현실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너무나 자명하다. 따라서 북한의 대화 제의에는 5개국 공조를 차단해 무관심과 압박 및 제재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현재 고립무원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더욱이 집권 후반부로 접어든 박근혜 정부가 남북 대화와 관계 개선에 목말라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려는 속셈을 갖고 있을 것이다.

이런 북한의 의도와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남북 관계의 주도권은 우리에게 있다. 주도권을 활용하여 우리가 바라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먼저 대화에서 조급함과 갈급을 버려야 한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역으로 북한을 조급하게 만들어서 우리가 원하는 바를 취하는 전술을 구사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 안 되면 다음 회담, 이번 정부가 못 하면 다음 정부가 해결한다는 느긋한 입장으로 대해야 한다.

우리는 대화를 생각할 때 유인책에 방점을 두는 경향이 있다. 유인책만으로는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기는 힘들고, 특히 북한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유인책과 압박 혹은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섞어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에 북한이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인식하도록 해야 한다. 2013년 개성공단 협상 타결이나 목함지뢰 사건 이후 8·25 합의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국민의 기대감을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화가 시작되면 남북 관계에서 뭔가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 내부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엉킨 실타래를 풀 듯이 남북 관계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이므로 천천히 시간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에 기반해 남북 대화에 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제 공조를 굳건히 유지하면서 남북대화를 추진해야 한다. 국제 공조, 특히 한·미 공조는 남북 대화를 추진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미 공조를 위해서는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핵 문제와 남북 관계를 어떻게 연동하여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한 그림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남북 관계와 북핵 문제 나아가 북한 문제 전반에 걸쳐 치밀한 연계 전략을 공동으로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을 끌어들여 국제 공조와 남북 관계의 병행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