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가 사이버 공간에서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대(對)테러 전쟁의 무대가 전투기·총을 동원한 물리적 공간에서 인터넷 정보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연합군, 사이버에서 IS 격퇴 작전

로이터통신은 18일(현지 시각) "프랑스 수사 당국이 파리 바타클랑 공연장 참사 현장에서 공연장 지도(地圖)와 함께 '자, 가자(let's go)'라는 문자 메시지가 담긴 휴대전화를 발견했다"며 "이후 파리 북부 생드니에서 테러 주동자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검거 작전이 펼쳐졌고 치열한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번 프랑스 경찰 작전에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이나 통화 분석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었다. 프랑스 수사 당국은 또 파리 테러 용의자와 지원 세력 등이 주고받은 SNS 메신저 내용을 정밀 분석하고 있다.

서방과 IS의 '제2의 전장' 사이버 공간

CIA 등 미국 정보기관들도 대테러 사이버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 리처드 버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17일(현지 시각) 정보기관의 기밀 정보 브리핑을 받은 뒤 "미국 정보 당국은 IS가 30개 국가에 통신 거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며 "그 거점들이 IS 본부와 직통 연락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역사상 최대 부자 테러 집단으로 평가받는 IS의 '돈줄'을 차단하는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미 정부는 테러리스트들의 자금원과 이동 경로 파악을 위해 은행 거래를 파고들고 있다. 제럴드 로버트 FBI 테러리스트 금융담당 부장은 "의심스러운 금융 거래가 발견되고, 그 계좌에 접속하는 개인이 확인되면 곧바로 IP 추적이 시작된다"고 했다. 돈줄이 막히면 IS 활동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서방이 사이버 작전을 강화한 것은 그동안 IS가 홍보와 조직원 모집, 테러 계획 수립·실행을 사이버 공간을 중심으로 실행한 반면, 국제사회는 이를 감시·차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리 테러에 대한 징후와 사전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다"고 했다. IS가 활동할 수 있는 사이버 공간을 무너뜨리면 결국 IS 조직 전체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서방의 계산이다.

국제적인 민간 조직도 연합 전선에 동참하고 있다.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는 18일 트위터를 통해 "IS와 (사이버)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파리 테러) 이후 5500여 개 이상의 IS 관련 트위터 계정을 폐쇄시켰다"고 밝혔다. 외교·안보 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IS 등장 이후 어나니머스가 IS와 연관된 웹사이트 149곳, 트위터 계정 10만여 개, 선전용 동영상 5900건을 사이버 공간에서 '제거'했다"고 했다. 또다른 해커 집단인 바이너리섹도 "잔혹한 테러에 눈감지 않을 것"이라며 IS에 선전포고했다. 서방국은 정보 담당 인력과 조직도 증강하고 있다. 영국은 해외정보국(MI6) 등 대테러 정보 활동에 투입할 요원을 1900명 늘리기로 했다.

◇IS, 해킹 방지 지침 내려

IS는 방어 전략에 나섰다. IS는 어나니머스 공격에 맞서 해킹 방지를 위한 '5대 지침'을 메신저앱인 텔레그램을 통해 배포했다고 외신들이 18일 보도했다. IS는 지침에서 '미확인 링크를 열지 말 것' 'IP를 자주 바꿀 것' '텔레그램에서 낯선 사람과 말하지 말 것' 등을 지시했다. IS는 어나니머스를 '멍청이'라고 부르며 "그들이 무엇을 해킹하겠다는 거냐"고 했다.

IS는 또 신참 지하디스트(성전 참가자)를 위해 '24시간 온라인 상담 데스크'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NBC 방송은 "이 데스크엔 고위 조직원 6명이 항시 대기하면서 신참 대원들에게 통신 내용 암호화 기술과 사이버 공간에서 정보 당국의 감시망 피하는 요령 등을 알려준다"고 했다.

서방 정보 당국은 IS가 최근 텔레그램과 플레이스테이션4(PS4) 등 속도가 빠르고 보안이 잘되는 프로그램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미 육군사관학교 산하 대테러센터의 아론 브랜틀리 테러 분석가는 "IS는 이미 정보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을 개발했다"며 "이들은 대면(對面) 통신 시대의 속도를 넘어 사이버 시대의 속도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IS와 서방 국가 간 전투가 어느 쪽 우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미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폭로 이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정보 활동이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마이크 모렐 전 CIA 부국장은 "암호화된 소통 능력을 갖춘 IS의 능력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며 "앞으로 안보와 사생활 보호 간 논쟁이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