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압도적인 승리가 확정적인 가운데 아웅산 수지(70) 여사가 총선 이후 처음으로 가진 BBC 인터뷰에서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노선에 걸맞은 대통령 후보를 찾을 것"이라면서 "나는 집권당 대표로서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과연 정당한 방법이냐는 물음에는 "내가 (막후정치 계획을) 사람들에게 감추지 않고 드러내서 이야기하는 편이 더 낫다"고 대답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 대해 "공정하지는 않았지만 대체로 자유로웠다"며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소통하는 까닭에 부정선거가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군부가 순순히 정권교체를 받아들일지에 대해서는 "시대가 변했고 사람들도 변했다"고 말했다.

10일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야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에서 수지 여사의 얼굴이 들어간 부채와 셔츠 등을 고르고 있다. 지난 8일 미얀마 자유 총선에서 수지 여사가 이끄는 NLD가 압승을 거둔 것으로 예측되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결과 발표를 늦추면서 여당이 속임수를 쓰기 위해 고의로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건국 영웅의 딸'서 '민주화 꽃'으로... 아웅산 수지는?]

개표가 진행 중이지만, 수지 여사가 집권 이후를 말할 정도로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총선 이틀째인 10일 현지 언론 미얀마 타임스의 비공식 집계에 따르면, 전체 491석 가운데 406석을 NLD가 가져갔다. 이날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 선관위가 밝힌 개표 완료 의석은 이보다 더딘 전체 284석 가운데 NLD 249석 승리다. 이변이 없는 한 NLD의 과반 의석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NLD 대변인은 "우리가 80% 이상 의석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전날 70% 이상 지지율을 얻을 것으로 봤는데, 하루 만에 10%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이다.

군부와 불편한 동거

NLD가 단독 집권을 한다고 해도 남은 과제는 간단치 않다. 전체 의석의 25%를 할당받은 군부가 장관 인사권, 정책 입안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이 우선 걸림돌이다. 앞서 미얀마 군부 총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59)은 "무장 소수민족과의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군부의 권한을 내려놓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아웅산 수지 여사의 NLD는 군부와 불안한 경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서로) 마지못해 협력이야 하겠지만, 갈등은 불 보듯 하다"고 보도했다.

개혁·개방 2단계 숙제

현재 미얀마 1인당 GDP는 1334달러로 인접 국가 태국(5612달러)의 24%에 불과하다. 2011년부터 개혁·개방 정책을 펼쳐 매년 7%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여전히 최빈국 수준이다. 기존 여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소속 테인 세인 대통령은 개혁·개방의 1단계를 어느 정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으로는 경제 인프라 구축, 투자 관련 법규 정비 등의 2단계를 어떻게 계승할지가 NLD의 숙제다.

◇민주화의 상징, 인권 문제가 약점?

불교 국가인 미얀마는 무슬림(이슬람교) 로힝야족을 탄압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국토 안쪽인 라카인주에 거주하면서도 시민권을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교육·취업 모든 측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것이다. 로힝야족은 이번 선거에서 투표권도 박탈당했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수지 여사는 "로힝야족 문제를 과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해결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지 여사가 집권당을 이끌게 되면, 이 같은 인권 문제가 국제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