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재고가 쌓이고 시중 쌀값이 폭락하는 현상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올해 쌀 생산량은 작년보다 0.4% 늘어난 425만8000t으로 예상되지만 쌀 소비가 급속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양곡 창고엔 이미 적정량(80만t)보다 70%나 많은 136만t이 재고로 쌓여 있다. 56만t의 과잉 재고 보관 비용으로만 연간 1760억원가량의 비용이 든다.

예산 지출은 늘고 있지만 정작 쌀 경작 농민들 불만은 더 커지고 있다. 시중 쌀값이 작년보다 7~8% 하락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 농민들은 벼를 트럭으로 싣고 와 군청 앞에 쌓아놓고 '야적(野積)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쌀 농가에 지급한 각종 직불금이 10조원에 달하지만, 돈은 돈대로 쓰면서도 농민은 여전히 불만인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쌀 소비량은 19.3% 줄어든 반면 생산량은 그 절반에 불과한 10.7% 감소에 그쳤다. 그동안 정부가 쌀 대신 다른 작물을 지을 경우 일정액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소극적인 감산(減産) 정책이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주정·사료용이나 저소득층 지원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결국 쌀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과감한 공급 조절 대책이 필요하다. 쌀 생산량 감소 목표를 수치로 설정한 뒤 계획적으로 쌀 경작을 줄여가는 적극적 감산 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이다. 미국·EU처럼 쌀 농가가 다른 작물을 심더라도 쌀을 경작할 때와 같은 변동직불금을 지급하거나 벼를 안 심어도 일정액을 보장해주는 생산조정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나아가 농촌과 농업을 근본적으로 구조조정하는 구상을 내놓아야 한다. 경쟁력 없는 농업 부문을 과감하게 도려내 정부 지원에 목매는 '의존형 농민'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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