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대표가 정기국회 일정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6일 의원총회를 열어 국정교과서 중단을 요구하며 진행해오던 국회 내 농성을 나흘 만에 접기로 결정했다. 교과서 반대 활동은 계속하더라도 내년도 예산 심의는 정상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야당이 이렇게 국회 복귀를 결정한 데는 내년도 예산에 당과 의원 개개인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야 하는 등 여러 현실적 이유도 작용했을 것이다. 국정교과서 반대 여론이 야당 지지로 연결되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뜨리는 데 따른 고민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무슨 일만 나면 강성 일변도로 치닫던 그동안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새정치연합은 친노(親盧)·비노(非盧) 간 계파 갈등이 체질화된 정당이다. 여기서 비롯된 당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부와 싸움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아 왔다. 성완종 전 의원의 폭로, 국정교과서 결정 등 야당에 유리한 상황 속에 치러진 선거에서까지 계속 패하고 있는 이유도 장외 습성과 계파 갈등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국민의 뿌리 깊은 불신(不信)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 대표는 선거에 져서 물러나고 야당 원내대표는 계파 갈등 속에 물러난다는 말까지 있을 지경이다.

이번에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국회 정상화 결정을 하면서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표는 8일 민생(民生) 특별 기자회견도 했고, 최재천 정책위의장은 '민생 10대 법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체질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고, 민생 제일주의도 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다. 하기에 따라서는 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실망만 더 깊게 할 수도 있다.

그 바로미터가 될 수 있는 것이 노동 개혁과 같은 국정 개혁이다. 정부는 이미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한 임금피크제 도입과 일반 해고 요건 완화 법안을 국회에 제출해놓고 있다. 야당은 여기에 대해 "재벌 개혁이 먼저"라는 식의 정치 구호로 대응해왔다. 문 대표는 8일 회견에선 '노동 개악'이라 했다. 한마디로 진지하지 않다.

문 대표 말대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해고 요건을 완화하면 고용 안정성은 다소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두 제도는 당장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이 정도 개혁도 하지 않으면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청년들에게 줄 새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게 된다.

얼마 전 야당의 정책연구원은 내년 총선에서 '안보'와 '성장' 두 분야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면 또다시 어려울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국민이 원하는 야당의 모습은 비록 여당과 노선이 다르더라도 나라가 부딪힌 난제를 즐기거나 이용하지 않고 진정으로 풀려고 노력하는 자세다. 19대 국회 마지막인 이번 정기국회에서만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여야 야당에 살길이 열리고 나라엔 숨통이 뚫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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