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유(國有) 기업 칭화유니가 11조원을 투자해 자국 내에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고 6일 발표했다. 중국은 불과 보름 전 미국 반도체 회사인 샌디스크를 사들였는데, 한술 더 떠 메모리 반도체를 직접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작년 6월 중국 정부가 21조원을 들여 반도체 산업을 키운다고 선언한 뒤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그렇다곤 해도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중국이 반도체를 만들려면 몇 년은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반도체는 수십조원을 투자해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데 10년 가까이 걸리고, 한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의 70%를 점유해 새로 진입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게다가 올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각각 향후 5~10년에 걸쳐 수십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공개하며 중국을 견제했었다.

그런데도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급성장하는 자국 시장을 외국에 내줄 수 없다며 출혈 경쟁까지 감수하려 한다. 중국 시장은 세계 반도체 중 60% 이상을 소비하는데, 3년 뒤 연 150억달러를 넘길 것이다. 중국의 진입으로 한국이 세계 최고를 자부했던 드문 제품인 반도체마저 그 위상을 위협받게 됐다. 선진국 수준 제품은 아직 못 만드는데 중국은 이미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가전제품,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 업체들은 집적도 높은 고가 반도체 생산에 집중하고, 실리콘이 아닌 차세대 반도체 소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중국의 반도체 시장 진출은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주력 산업들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경고와 같다. 범용 기술로 만든 범용 제품으로 돈을 벌던 한강의 기적 시대가 끝났다는 얘기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글로벌 경쟁에서 밀린 한계 기업을 구조조정으로 과감히 정리하고, 남은 자금을 창업 활성화와 신시장 개척에 넣어야 한다. 중국 등 후발 주자가 넘보기 힘든 신사업과 신제품 개발 외엔 더 나아갈 길이 없다. 최근 한미약품이 5조원대 당뇨병 치료제 수출을 성사시킨 것이나 현대자동차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수립한 것 같은 시도들이 더 나와야 한다. 우리 산업만이 아니라 나라 자체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TV조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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