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수웅 Books팀장

소다 마사히토의 발레 만화 '스바루'를 좋아합니다. 발레리나 스바루의 성장담인데, 이 장르 소재로는 예외적 성공을 거둔 작품이죠. 스바루의 열정을 예찬하다가도 어느 때는 너무 뜨거워 부담스럽기도 했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홀로 추는 춤'(안나푸르나)에 시선이 멈췄습니다. 7년간 국립 무용 단원의 프로 무용수였고,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 서울예술단과 인천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을 했던 손인영(53·사진)씨가 쓴 책입니다. 인천시립 예술감독 당시 그는 스바루 같은 존재였다죠. 춤에 미친 나머지 아이를 둘 이상 낳는 무용수는 프로의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망언'을 단원들에게 했다가 사퇴 요구를 받기도 했습니다. 자신도 젊은 시절 임신 사실을 모른 채 연습하다가 유산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았죠.

사실은 그런 책이 보고 싶었습니다. 춤꾼이 자신의 문장으로 춤에 대해 직접 이야기하는. 춤에 대한 선망(羨望)을 지닌 몸치라는 게 제가 가진 비극이지만, 그 선망이 남아 가끔 이 예술 장르의 책을 펼쳐 봅니다. 아쉬운 건 대부분 무용 전공자를 위한 교재이거나 무용사(史) 혹은 무용가 평전들이라는 거죠.

'신경은 곤두선다.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무용수들은 간혹 언성을 높이기도 한다. 누가 타이밍이 안 맞는지 잘못을 따지는 과정이다.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안무가는 휴식을 외친다. 동료 무용수들은 서로 끌어안고 토닥거리며 격려한다. 언성을 높였던 무용수는 웃음으로 화답한다.'(155쪽)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잖아요. 여기에는 최초의 원시 언어인 몸짓을 유려하지만 허세 없는 문장으로 쓸 수 있는 프로 무용수의 글이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춤은 대중적으로 가장 취약한 예술 장르. 문화부 통계에 따르면 1년에 한 번이라도 무용 공연을 보는 한국인은 0.7%입니다. 장르의 특성도 있겠지만 그 장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혹적인 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큽니다. 이번 주말 '홀로 추는 춤'의 아름다운 근육을 '읽어' 보시죠.